고양이 타우린 결핍 (증상, 식단, 보충제)




저는 타우린이 고양이에게 이 정도로 중요한 영양소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저희 고양이 자루가 눈 상태가 좋지 않아 관리하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된 건데, 알고 나서 꽤 충격이었습니다. 타우린이 부족하면 단순히 기력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심장과 눈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 중에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


타우린 결핍 증상, 생각보다 훨씬 늦게 보입니다


자루는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눈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눈곱이 매일 끼어서 젖은 솜으로 닦아줘야 했고, 그러지 않으면 가려운지 발이나 캣타워에 눈을 비벼서 부어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환경 탓이거나 태생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타우린 결핍을 공부하면서 관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타우린 결핍의 무서운 점은 증상이 서서히 쌓인다는 겁니다. 뚜렷하게 아파 보이기 전까지 몇 달,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에 이미 조직 손상이 진행됩니다. 특히 눈에서 나타나는 고양이 중심망막변성증(FCRD)이 대표적입니다. FCRD란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가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질환으로,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시력이 심각하게 나빠질 때까지 보호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 번 손상된 망막 세포는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심장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장성 심근병증(DCM)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DCM이란 심장 근육이 약해지면서 심실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타우린은 심장 근육 수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타우린이 장기간 부족하면 심장이 정상적으로 펌프질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1970~80년대에 수의사들이 고양이에서 DCM 발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연구를 통해 타우린 결핍이 원인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발견 이후 상업용 고양이 사료 제조법이 크게 바뀌었을 정도입니다.

타우린 결핍이 의심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증상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빠르거나 힘겨운 호흡, 특히 쉬는 중에도 입을 벌리고 숨 쉬는 경우
  2. 동공이 빛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경우
  3. 낯익은 가구나 물건에 자꾸 부딪히거나 뛰어오르기를 꺼리는 경우
  4. 잇몸 색이 옅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한 경우
  5. 무기력함, 식욕 저하가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

위 증상 중 하나라도 보인다면 당일 수의사에게 연락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호흡 이상이나 잇몸 색 변화는 응급 상황에 해당합니다. 기다려 봐야 할 증상이 아닙니다.


어떤 식단이 타우린 결핍을 부르는가, 의외의 맹점들


타우린에 대해 찾아보기 전까지 저는 시중에 파는 고양이 사료는 당연히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위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양이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체내에서 타우린을 스스로 합성하는 능력이 거의 없습니다. 개나 사람은 다른 아미노산으로부터 소량이나마 타우린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우린은 고양이에게 필수 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으로 분류되는데, 필수 아미노산이란 체내에서 합성이 불가능하거나 필요량에 턱없이 부족하여 반드시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을 뜻합니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는 시판 고양이 사료에 최소한의 타우린 함량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AAFCO란 미국에서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 건식 사료는 건조물 기준 최소 0.10%, 습식 사료는 최소 0.20%의 타우린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출처: AAFCO). 문제는 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식단에 있습니다.

수제 사료를 먹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재료를 직접 고르고 첨가물을 줄이고 싶은 마음,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2019년에 수제 고양이 사료 레시피 114가지를 분석한 연구에서 모든 영양소 기준을 충족하는 레시피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타우린은 특히 조리 과정에서 분해되기 쉬워서, 원재료에 충분히 들어 있었다 해도 장시간 끓이고 나면 실제 잔류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개 사료를 섞어 먹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고 들었는데, 이건 꽤 위험한 선택입니다. 개는 타우린을 스스로 합성할 수 있어서 개 사료에는 타우린을 별도로 첨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양이가 개 사료를 주식이나 보조식으로 오래 먹으면 타우린 결핍 위험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보충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


아내가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서 철분이 많은 음식을 먹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철분제를 처방받아 먹었는데, 그때 음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자루를 키우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특히 자루처럼 눈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에게 타우린은 일반 고양이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영양소입니다.

타우린 보충제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사료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식단이 완벽하게 균형 잡혀 있지 않은 경우라면 보충제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타우린 결핍으로 인한 확장성 심근병증(DCM)은 조기에 타우린을 보충하면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심장 기능이 상당히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출처: VCA Animal Hospitals). 물론 이미 손상된 망막은 되돌릴 수 없지만,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보충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분말 형태의 토퍼 타입이 매일 꾸준히 급여하기에 편합니다. 습식이든 건식이든 사료 위에 뿌려주면 되니까 별도의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정확한 용량은 고양이의 상태와 식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혈장 타우린 수치나 전혈 타우린 수치를 혈액 검사로 확인하고 나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전혈 타우린 수치는 장기적인 타우린 상태를 나타내는 더 신뢰도 높은 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제 사료, 생식, 검증되지 않은 식물성 사료를 먹여왔거나 개 사료를 섞어 먹인 이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한 번쯤 타우린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간단한 혈액 검사 하나가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큰 문제를 미리 막아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자루를 키우면서 직접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공유한 것입니다. 고양이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보충제 선택이나 급여량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지만, 결국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수의사 선생님의 몫입니다. 자루처럼 눈 건강에 이슈가 있거나 식단이 불균형했던 고양이라면, 지금이라도 타우린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빠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undertheweatherpet.com/blogs/under-the-weather/taurine-deficiency-in-cats?srsltid=AfmBOorNZPMGG15UnXgzdpR5xWmwpBl8GxRZMLXT5OOzaP3fCunG5eFu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