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미뢰 구조, 단맛 감지, 사료 선택)

 


고양이도 당연히 단맛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던 분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자루를 처음 데려오고 나서 아내와 함께 뭘 먹여야 할지 한창 찾아볼 때, 사료를 고르면서 "이건 좀 달달한 맛이 있지 않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는데, 고양이는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단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동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의 미뢰 구조, 사람과 얼마나 다를까

인간의 혀에는 약 9,000개의 미뢰(taste bud, 맛봉오리)가 있습니다. 미뢰란 혀 표면에 분포한 감각 기관으로, 음식의 맛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고양이의 미뢰는 약 500개에 불과합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차이가 상당합니다.

더 중요한 차이는 단맛을 감지하는 수용체(receptor) 구조에 있습니다. 수용체란 특정 자극을 감지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구조물입니다. 인간의 단맛 수용체는 두 개의 단백질이 결합해서 작동하는데, 고양이는 이 중 하나가 유전적으로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가 마시멜로를 핥아도 우리가 느끼는 달콤함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경험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고양이에게 단 음식이 감자 같은 밋밋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어떤 것들일까요?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umami, 아미노산에서 나오는 고기 특유의 풍미), 지방 맛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쓴맛에는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음식이 상하거나 독성이 있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생존 기제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쓴맛 스프레이가 고양이의 핥기 행동 억제에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고양이에게 ATP(아데노신 삼인산, adenosine triphosphate) 수용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ATP란 모든 생명체 세포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분자로, 살아 있는 고기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이 수용체가 있다면, 신선한 단백질을 감지하는 또 하나의 감각 채널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고양이는 정말 철저하게 육식에 최적화된 동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PetMD, Sandra C. Mitchell DVM).

단맛을 못 느끼는 고양이, 단 것을 핥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고양이가 단맛을 못 느낀다면서, 왜 어떤 고양이들은 아이스크림 그릇을 뺏길세라 핥고 마시멜로를 씹는 걸까요? 저도 처음에 이 부분이 헷갈렸습니다. 단맛을 못 느끼는데 왜 단 것에 반응하냐는 거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에는 크림, 즉 지방이 풍부합니다. 고양이는 지방의 맛과 냄새를 매우 잘 감지하기 때문에, 단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지방 성분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유나 생크림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 음식에서 나오는 강한 향, 그리고 새로운 질감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합니다. 고양이는 후각이 발달한 동물이라 냄새만으로도 음식에 대한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처가에 있는 제리라는 고양이는 식빵 조각 정도는 먹는다고 합니다. 반면 저희 자루는 저희가 먹는 음식에는 아예 입을 대지 않습니다. 같은 고양이라도 개체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고양이가 단 걸 좋아하니까 단맛을 느끼는 것 아닐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단맛 자체보다는 다른 감각적 요소에 반응하는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고양이가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자꾸 챙겨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양이의 소화기관은 탄수화물(carbohydrate, 당류와 전분 등 에너지 공급 영양소의 총칭)을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면 비만이나 당뇨병(feline diabetes mellitus)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고양이 당뇨병이란 인슐린 분비 또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고양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물학적 장치인 셈입니다.

사료 선택 기준, 이걸 알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루를 데려오기 전까지 저는 사료를 고를 때 "고양이도 이 맛을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으로 골랐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고요. 단맛이 있을 것 같은 재료가 들어간 제품에 눈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소화 생리(digestive physiology, 동물이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신체적 기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양이는 완전 육식동물(obligate carnivore)입니다. 완전 육식동물이란 생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얻을 수 있어,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동물을 말합니다. 고양이의 소화기관은 고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고, 탄수화물 소화 효소의 활성이 낮습니다. 이 때문에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건식 사료를 장기간 먹이면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의학계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수의학협회(AVMA) 고양이 케어 가이드).

그래서 지금 저희가 자루에게 주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습식 사료: 닭고기 베이스 위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수분 공급도 겸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선택
  2. 건식 사료: 보조 급여 용도로만 사용하며, 고단백·저탄수화물 제품 위주로 확인 후 구입
  3. 간식: 동결건조 치킨, 북어 트릿 등 고기 기반 간식으로 한정. 달거나 곡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배제
  4. 츄르: 종류가 워낙 많아 성분표를 꼭 확인하고, 향미료·당류 함량이 낮은 제품 선택

이 기준을 세우고 나서 자루가 저희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건강한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맛을 못 느끼는 게 결핍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동물에게는 당연한 생물학적 설계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예전에는 "우리 자루는 왜 이걸 안 먹지?" 했다면, 지금은 "먹지 않는 게 맞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양이가 단맛을 못 느낀다는 게 처음엔 신기하게만 들렸는데, 알면 알수록 고양이라는 동물을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뭘 먹이느냐보다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아는 게 보호자로서 더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만약 현재 사료 구성이나 간식 선택에서 탄수화물 비율이 신경 쓰이신다면, 성분표에서 조단백질과 조지방 수치를 먼저 확인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은 확인 하나가 자루, 혹은 여러분의 고양이에게는 큰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고양이의 건강과 식이 관련 문제는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petmd.com/cat/nutrition/can-cats-taste-sweet-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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