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자루가 처음 집에 온 날, 그 작은 몸에서 울려 나오는 진동 소리를 듣고 "이게 좋다는 건가, 아닌 건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골골거리는 소리, 즉 퍼링(purring)이라고 부르는 이 소리는 단순히 기분 좋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품고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신호, 정말 맞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고양이가 골골거리면 무조건 행복하다는 신호라고 알고 계십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루가 제 옆에 와서 골골거릴 때마다 "아,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뿌듯해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루는 아내가 쓰다듬어 줄 때 저한테 반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골골거렸습니다.
퍼링(purring)이란 고양이의 후두 근육과 성대가 빠르게 수축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양방향 호흡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진동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고양이가 숨을 쉴 때마다 성문(glottis), 즉 성대 사이 공간이 빠르게 열리고 닫히면서 그 특유의 부드러운 울림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양이는 숨을 들이쉴 때도, 내쉴 때도 끊임없이 골골거릴 수 있습니다.
자루가 아내 손길에 더 크게 반응하는 걸 보면서, 저는 퍼링이 단순한 반사 반응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는 퍼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배가 고플 때는 평소의 골골거림 소리에 야옹 소리를 섞어 내기도 합니다. 이를 솔리시테이션 퍼링(solicitation purring), 즉 요청형 골골거림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인간의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주파수 대역을 포함하고 있어, 보호자가 본능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영리한 전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Current Biology, Karen McComb et al.).
행복한 퍼링과 그렇지 않은 퍼링을 구분하려면 소리만 듣지 말고 몸 전체를 봐야 합니다. 눈을 반쯤 감고, 꼬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몸이 축 이완되어 있다면 만족스러운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눈을 크게 뜨거나 몸이 경직되어 있다면 불안이나 스트레스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상황관찰, 어떤 눈으로 봐야 할까요?
자루가 골골거리다가 갑자기 손을 물고 도망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저는 "좋아하는 게 맞나?" 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알고 보니 이건 과자극(overstimulation), 즉 쓰다듬는 자극이 고양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었습니다. 과자극이란 쉽게 말해 고양이의 신경계가 자극을 너무 많이 받아 흥분 상태로 전환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퍼링이 항상 행복의 신호가 아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기진정(self-soothing) 기능입니다. 자기진정 퍼링이란 고양이가 아프거나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내는 골골거림으로, 마치 사람이 긴장하면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퍼링 소리의 진동 주파수인 25~50Hz 대역이 뼈와 조직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출처: Scientific American).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골골거리는지 어떻게 관찰하면 좋을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신호가 생깁니다. 저는 자루가 골골거릴 때 다음 네 가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 몸의 자세: 이완되어 있는지, 아니면 긴장해 웅크리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눈 상태: 반쯤 감겨 있으면 만족, 크게 뜨고 있으면 경계나 불안 신호로 읽습니다.
- 꼬리 움직임: 꼬리가 거의 정지 상태면 편안함, 빠르게 움직이거나 부풀어 있으면 흥분이나 공포 상태입니다.
- 소리의 변화: 평소와 톤이 다르거나 야옹 소리가 섞여 있으면 배고픔이나 통증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퍼링을 시작하는데, 이는 어미 고양이에게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알리는 애착 신호(attachment signal)로 기능합니다. 애착 신호란 두 개체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의사소통 행동을 뜻합니다. 자루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거의 골골거리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골골거림이 늘어난 것도 결국 우리와의 유대가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아내와 제가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건강관리, 골골거림이 보내는 경고 신호
골골거림이 마냥 예쁜 소리라고만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평소에 골골거리지 않던 고양이가 갑자기 자주 골골거리기 시작하면 수의사에게 꼭 데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이 처음에는 좀 과한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통증 유발 퍼링(pain-induced purring)이란 고양이가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불편함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발생하는 골골거림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아플 때도 골골거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 소리의 톤이 평소보다 낮거나 불규칙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고, 식욕 감소, 평소보다 과도한 졸음, 또는 갑작스러운 소심한 행동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자루가 몸이 안 좋을 때 골골거리는 소리는 평소와 뭔가 다른 느낌이 납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함께 오래 지낸 보호자라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자루의 소리를 잘 기억해두는 것 자체가 건강 관리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한 퍼링의 진동 주파수가 25~50Hz 사이에 집중된다는 점은 단순히 고양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주파수 대역은 보호자에게도 진정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혈압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자루가 제 옆에서 골골거릴 때마다 괜히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고양이가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동시에 곁에 있는 사람까지 달래주는 셈이니, 퍼링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형태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자루의 골골거림을 그냥 귀여운 소리로만 듣기에는 담긴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행복할 때도, 배고플 때도, 아플 때도, 그 소리 하나로 말을 거는 고양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소리와 함께 몸 전체를 관찰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자루가 보내는 신호에 잘 반응하는 것이 집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걸,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고양이도 지금 무언가를 골골거리며 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참고: https://www.whiskas.co.uk/blog/behaviour/why-do-cats-pur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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