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작 (발작 증상, 원인 진단, 가정 대처)


 

반려묘를 데려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렇게 무서운 순간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예방 접종까지 무사히 마치고 뿌듯하게 집에 돌아와 장난감으로 놀아주던 중, 저희 고양이 자루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며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 발작은 보호자가 아무런 정보 없이 목격하면 극심한 공포를 유발합니다. 제가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발작 증상, 알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발작이라고 하면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자루가 쓰러졌을 때도 처음에는 발작인지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눈이 뒤집히고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었지만, 영화에서 보던 격렬한 경련과는 달랐거든요. 그냥 쓰러진 건지, 뭔가 목에 걸린 건지조차 판단이 안 됐습니다.

고양이의 발작 증상은 실제로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보입니다. 전조 증상(발작 전 단계)부터 시작해서 본 발작, 그리고 발작 후 단계까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전조 증상이란 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불안해하거나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달라붙는 행동을 보이는 시기를 말합니다. 자루도 돌이켜 보면 장난감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움직임이 멈췄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전조 증상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습니다.

발작 후 단계(postictal phase)도 중요합니다. 이 단계는 발작이 끝난 직후 고양이가 방향 감각을 잃거나 비틀거리거나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는 상태를 뜻합니다. 자루도 발작이 끝난 뒤 한동안 눈에 초점이 없었고,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보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 모습이 발작 자체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사례로, 청각 유발 반사 발작(FARS, Feline Audiogenic Reflex Seizure)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FARS란 식기 부딪히는 소리나 알루미늄 포일 소리 같은 특정 고음에 반응해 발작이 유발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자루의 경우 놀이 도중 발생했기 때문에 소리 유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작이 모두 같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 이게 제가 그날 처음으로 실감한 사실입니다.

원인 진단, 수의사 말이 무서웠던 이유

24시 동물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의사 선생님은 최악의 경우부터 하나씩 설명해 주셨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듣는 내내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계속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선생님 말씀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발작의 원인은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젊고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라도 특발성 간질(idiopathic epilepsy)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발성 간질이란 뚜렷한 기저 질환 없이 발작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하며,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합니다. 반면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은 유독 무겁게 들렸습니다. FIP란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되어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으로, 고양이에게 매우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아내도 저도 그 순간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이 외에도 간문맥 단락, 신부전, 저혈당 같은 대사성 원인, 독소 섭취, 뇌종양 등 구조적 문제도 감별 대상에 포함됩니다. 아내와 저는 자루가 분양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놀이로 인한 흥분이 원인일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실제로 어린 고양이에게는 극도의 흥분이나 스트레스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병원에서는 단계적인 검사를 권장했습니다. 국제 고양이 관리 협회(International Cat Care)도 발작의 기저 원인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출처: International Cat Care), 치료하지 않으면 발작이 점점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결국 검사 예약을 잡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무서워도 알아야 제대로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검사 항목은 대략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1. 혈액 검사: 간 기능, 신장 기능, 혈당, 전해질 수치를 확인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많은 원인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2. 소변 검사: 요로 감염이나 대사 질환 여부를 추가로 확인합니다.
  3. 혈압 측정: 고혈압이 신경학적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포함됩니다.
  4. MRI 또는 CT 스캔: 뇌종양, 구조적 이상, 염증 또는 출혈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정밀 영상 검사입니다.
  5. 뇌척수액 검사(척추 천자): 중추신경계의 감염이나 염증 여부를 검사하는 전문 검사로, 필요 시 권장됩니다.

미국 동물병원협회(AAHA)는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반복될 경우 간질지속상태(status epilepticus)에 해당한다고 정의합니다(출처: AAHA). 간질지속상태란 발작이 중단 없이 이어지거나 의식 회복 없이 연속으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뜻하며, 즉각적인 집중 치료가 필요합니다. 자루는 1분 이내에 증상이 멈췄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가정 대처, 알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루가 쓰러지는 걸 보고 그냥 안고 기도만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작 중에 고양이를 세게 안거나 억지로 잡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면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게 최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처럼 처음 접하는 보호자에게 그 '조용히 지켜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겪어 본 사람만 압니다.

항경련제(anticonvulsants)는 발작이 반복되는 고양이에게 처방될 수 있는 약물입니다. 항경련제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을 억제해 발작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약물로,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이나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 약물은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이상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받은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발작을 경험한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다면, 환경 정비도 중요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위험, 날카로운 모서리, 소음 자극 등을 줄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저희는 자루가 주로 쉬는 공간 주변 물건을 다시 한번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발작 일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날짜와 시간, 지속 시간, 발작 전후 행동 변화를 기록해 두면 수의사 선생님과 소통할 때 훨씬 유용합니다. 제 경험상 짧은 영상 한 편이 긴 말보다 훨씬 정확하게 상황을 전달해 줬습니다.

자루의 결과가 아직 완전히 나온 건 아니지만, 그날 이후 저와 아내가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고양이가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 게 아닐 수 있다는 것. 발작은 질병의 이름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무서운 장면을 목격했다면 일단 영상을 찍어 두고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한 내용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illowwoodah.com/what-causes-seizures-in-cats-and-how-to-manage-them/ https://icatcare.org/advice/seizures-in-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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