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가 발작을 일으킨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심장 문제일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고양이 심장병은 전체 고양이의 15%에서 나타날 만큼 드물지 않은 질환인데, 문제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저희도 그 상황이 될 뻔했습니다.
발작 이후, 우리가 선택한 것
자루가 발작을 일으킨 뒤 아내는 병원 한 군데만 다니는 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집 근처에 평판이 좋은 수의사 선생님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자루 털에 은은하게 섞인 오렌지 빛을 보시더니 "오렌지 아기네요"라고 하시며 먼저 다가와 주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긴장된 마음을 조금 풀어줬습니다.
선생님은 이전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신 뒤, 심장 검사를 한번 진행해 보자고 조심스레 권하셨습니다. 말씀하시는 방식이 강요가 아니라 선택지를 드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저와 아내는 서로 눈빛 한번 교환할 새도 없이 "진행해 주세요"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답답한 시간을 더 끄는 것보다, 자루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루는 저희 가족이고, 치료 가능한 병을 모른 채 넘어가는 게 더 두려웠습니다. 이 선택이 맞는지 틀린지는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비대성 심근증, 고양이에게 가장 흔한 심장 질환
이번에 검사를 앞두고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비대성 심근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라는 병명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비대성 심근증이란 심장 근육이 유전적인 원인으로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양이 심장 질환 중 가장 흔하고, 특히 메인쿤, 라그돌, 브리티시 쇼트헤어처럼 특정 품종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찾아보며 더 무서웠던 건, HCM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폐수종(肺水腫), 즉 폐에 물이 차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폐수종이란 폐 안에 액체가 고여 호흡이 극도로 힘들어지는 응급 상태를 말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혈전(血栓), 다시 말해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 생기는 혈액 덩어리가 생겨 사지 마비나 급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글을 읽는 동안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우리 자루가 이 품종군에 해당하는지, 심장 구조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 결과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품종 특성상 걸릴 수 있는 병이라면 더더욱 빨리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기 발견이 치료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출처: WSAVA 고양이 심장 질환 가이드라인)
HCM 검사,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심장 관련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던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저희가 안내받은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진단 과정은 생각보다 체계적이었고, 각 단계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 신체 검사: 청진기로 심장과 폐 소리를 듣고 혈압을 측정합니다. 심장 잡음이나 부정맥이 감지되면 추가 검사로 이어집니다.
- NT-proBNP 혈액 검사: 심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를 측정합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 없이 진행 중인 무증상 심장 질환을 잡아내는 데 유용합니다.
-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심장의 전기적 신호를 기록해 박동 리듬의 이상 여부를 파악합니다. 부정맥 진단에 특히 쓰입니다.
- 심장초음파(Echocardiography): 심장 벽의 두께, 방의 크기, 판막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현재 고양이 심장 질환 진단의 표준 검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장초음파(Echocardiography)란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 내부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하는 검사로, 심장 근육의 두께나 혈류 흐름까지 세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검사 없이는 HCM을 확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의심장전문의가 직접 시행해야 정확도가 높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 알았습니다. (출처: 유럽수의내과심장학회(ECVIM-CA))
비용이 무서워 포기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들은 이야기 중 마음이 무거워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파양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심지어 병원에서 정확한 병명을 듣고 나서 무서워 포기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전혀 이해 못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심장 검사 비용은 적지 않고, 이후 약물 치료까지 이어지면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고양이 HCM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지만 약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알약이나 액체 형태의 약으로 심장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른 채 지나치는 것과, 알고 관리하는 것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와 아내는 자루를 식구로 여기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검사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정이 옳고 그름을 떠나, 적어도 자루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루 곁에 있을 것이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줄 생각입니다.
검사 결과를 아직 기다리는 중이라 지금 당장 무언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고양이가 평소보다 숨이 빠르다거나, 갑자기 숨으려 하거나, 기운이 없어 보인다면 한번쯤 심장 쪽을 의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증상이 없어도 병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치의와 상담해서 NT-proBNP 검사나 심장초음파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수의학적 조언이 아닌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https://www.cvcavets.com/blog/cat-heart-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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