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예방접종 (초보집사, 접종일정, 부작용)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 집사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실제로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아내가 출근하면서 "오늘 자루 예방접종 좀 데려가줘"라는 말 한 마디와 병원 위치 등을 남기고 사라졌고, 저는 고양이 케이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병원이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집사가 꼭 알아야 할 예방접종 정보를 정리해 봤습니다.

초보 집사가 된 날, 병원 가는 길

우리 고양이 이름은 자루입니다. 다리가 짧은 먼치킨 종인데, 처음 봤을 때 "기가 똥자루만 하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올라 그렇게 지었습니다. 생후 6개월 된 자루를 분양샵에서 데려왔는데, 아내가 어린이집으로 출근하면서 예방접종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리둥절했지만, 이제 이 친구를 우리 집 식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분양샵에서 받은 케이지에 자루를 넣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케이지 안에서 잔뜩 움츠러든 자루를 보면서, 저도 덩달아 긴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기다리다가, 제가 자루한테 "아빠야, 아빠 여기 있어"라고 속삭이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양샵에서는 예방접종을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병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6개월이 된 자루는 이미 맞았어야 할 접종들이 밀려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꼼꼼한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병원에서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메모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F3 백신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들었습니다.

초보집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접종일정

F3 백신(Feline 3-in-1 Vaccine)이란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헤르페스바이러스, 칼리시바이러스, 이 세 가지 질병을 동시에 예방하는 핵심 백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고양이에게 기본 중의 기본인 주사라고 보면 됩니다.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면 이것만큼은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범백혈구감소증(Feline Panleukopenia)이란 장과 면역 체계를 동시에 공격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구토, 심한 설사, 고열, 탈수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며 새끼 고양이의 경우 사망률이 높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이 설명을 들었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자루가 이런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새끼 고양이 기준으로 표준 접종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생후 6~8주: 1차 F3 접종
  2. 생후 10~12주: 2차 F3 접종
  3. 생후 14~16주: 3차 F3 접종 (면역 완성)
  4. 이후 매년 또는 3년마다: 추가 접종(부스터, booster)

부스터(booster)란 한 번 형성된 면역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맞는 추가 접종을 뜻합니다. 신생아도 예방접종을 여러 차례 나눠서 맞는 것처럼, 고양이도 면역 체계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도 두 누나를 통해 조카들 예방접종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습니다.

6개월이 된 자루는 이미 새끼 고양이 접종 시리즈를 마쳤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계획을 세워주셨고, 필요한 접종을 다시 확인한 뒤 순서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자루는 주사를 맞는 내내 아주 얌전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루는 겁이 많은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실내 고양이도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

혹시 "우리 고양이는 밖에 안 나가는데 굳이 맞아야 하나?" 싶으신 분 계신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설명을 듣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칼리시바이러스(Feline Calicivirus)란 고양이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로, 구내염, 침 흘림, 발열, 심한 경우 폐렴까지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을 말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보호자의 옷이나 신발, 손에 묻어서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라도 창문 틈, 방문객이 데려온 다른 고양이, 심지어 미용 목적의 위탁 서비스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헤르페스바이러스(Feline Herpesvirus)란 고양이 독감의 또 다른 주요 원인 바이러스로,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잠복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에, 새 환경에 적응 중인 고양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내에서만 키운다고 해도 이 바이러스가 집 안으로 유입될 경로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호주 수의사 협회(AVA)에서도 실내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고양이에게 F3 접종을 핵심 예방접종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 노출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실내 고양이라서 안전하다는 생각은 이제 내려놓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접종 후 부작용, 어디까지 정상인가

자루가 주사를 맞고 집에 온 날, 평소보다 훨씬 조용하게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괜한 걱정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정상 반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접종 후 24~48시간 이내에 나타나는 경미한 반응은 대부분 정상입니다. 피로감, 미열, 주사 부위의 가벼운 압통, 일시적인 식욕 감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루도 그날 사료를 평소보다 덜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불리는 급성 과민 반응이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수의사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아나필락시스란 백신이나 약물에 대한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으로, 얼굴 부기, 호흡 곤란, 실신, 구토, 잇몸이 창백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응급 상황을 말합니다. 빈도는 매우 낮지만, 접종 후 최소 30분에서 1시간은 고양이 상태를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드물게 백신 관련 육종(Vaccine-Associated Sarcoma)이 우려되기도 하는데, 이는 접종 부위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발생 빈도는 극히 낮습니다. 최신 백신과 접종 기술의 발전으로 그 위험성은 크게 줄어든 상태이며, 접종을 받지 않아 범백혈구감소증 같은 치명적 질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종을 망설일 이유는 없습니다.

자루 덕분에 저는 고양이 건강관리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걸 직접 배웠습니다. 처음 집사가 되셨다면, 접종 기록은 꼭 따로 파일로 보관하시고 추가 접종 날짜를 휴대폰 캘린더에 미리 저장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접종 계획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담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pawssum.com.au/blog/cat-vaccination-for-first-time-cat-owners/ https://www.ava.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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