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도 변비일까? (원인, 증상, 가정치료)

 

제리가 화장실에서 울기 시작했을 때, 저도 처음엔 그냥 습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변의 양이 줄고, 그나마 나온 변도 푸석하고 딱딱한 걸 보면서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고양이 변비는 생각보다 흔하지만, 방치하면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원인 : 태어날 때부터 예고된 장 문제

제리는 어릴 때부터 장이 약했습니다. 새끼 때는 설사를 달고 살더니, 조금 크면서부터는 반대로 변을 잘 못 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설사하던 고양이가 변비로 넘어가는 게 가능한 건지조차 몰랐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장이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 장 운동성이 불안정해서 설사와 변비를 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리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어미 고양이가 왜 데려가지 않았는지 의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리가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겠죠.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짠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약 24~36시간마다 배변을 합니다. 만약 48시간에서 72시간이 지나도 배변이 없다면 수의사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저도 이 기준을 알고 나서야 제리가 얼마나 자주 배변을 못 하고 있었는지 체감했습니다. 평소에 고양이 화장실을 얼마나 꼼꼼히 살펴보는지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고양이 변비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척추 문제, 관절염, 스트레스, 신장 문제, 심지어 갑상선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처럼 호르몬 이상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신진대사 전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고양이에게 꽤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제리의 경우는 이런 기저 질환보다는 식습관과 음수량 문제가 더 컸지만, 처음엔 저도 혹시 더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증상은 화장실 앞에서 다 보인다

제리가 변비라는 걸 눈치챈 건 화장실 앞에서였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들어가서는 한참을 힘을 쓰면서 우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나마 나온 변은 딱딱하고 푸석했고, 양도 적었습니다. 병원에서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변비가 맞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변비의 대표적인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락거리면서도 변을 잘 못 보는 경우
  2. 변을 볼 때 힘을 과하게 주거나 소리를 내며 우는 경우
  3. 변이 딱딱하고 건조하거나, 아주 소량만 나오는 경우
  4. 배변을 마치기 전에 화장실을 나가는 경우
  5. 식욕 감소, 구토, 무기력함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에서 힘을 주는 모습이 꼭 변비만의 증상은 아닙니다. 요로 폐색(Urinary Obstruction)이라고 해서, 소변 통로가 막혀 소변을 못 보는 응급 상황과 증상이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요로 폐색은 방치하면 24~48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변비라고 넘기기 전에 소변은 잘 나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 변비가 잦아지면 거대결장증(Megacolon)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대결장증이란 결장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근육이 수축 기능을 잃어버리고, 그 안에 딱딱한 변이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만성적으로 변비가 반복된 고양이에게 특히 발생하기 쉽고,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알고 나서 저는 더 이상 제리의 변비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수의학 관련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변비는 특히 노령묘에서 더 자주 발생하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수분 섭취가 부족하거나 건식 사료만 먹는 고양이라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출처: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병원 다녀온 뒤 실제로 바꾼 것들 : 가정치료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이 짚어주신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음수량 부족과 건식 사료 의존입니다. 제리는 습식을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츄르도 외면하는 고양이입니다. 건식에 북어 트릿을 잘게 부숴 뿌려줘야 겨우 먹는 편이라, 수분 보충이 특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습식 사료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이상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모든 고양이가 습식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걸 제리를 키우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 기호성이라는 게 사람 손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방향을 달리 잡았습니다.

제리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제가 직접 바꾼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물그릇 교체: 도자기 재질로 바꿨고, 하루 두 번 새 물로 갈아줍니다. 고양이는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선호한다고 해서 실천해 보니 음수량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2. 고양이 유산균 급여: 장내 미생물 균형을 돕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꾸준히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내 유익균을 늘려 소화 기능을 돕는 살아있는 미생물 제제입니다. 사람용과 달리 고양이 전용 제품이 따로 있으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3. 통조림 호박 퓨레 소량 급여: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풍부한 식품으로 장 운동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식이섬유란 소화되지 않고 장을 통과하면서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 운동을 촉진시키는 성분입니다. 하루 한 티스푼 정도를 사료에 섞어 주고 있습니다.
  4. 활동량 늘리기: 운동이 장 운동성 개선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서 하루 한 번 이상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변비약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중에 고양이용 변비 완화제가 있긴 한데,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저는 수의사 선생님과 먼저 상담한 뒤에 사용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무조건 쓰는 게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관장(Enema)이라는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관장이란 항문을 통해 직접 액체를 주입해 딱딱해진 변을 배출시키는 시술을 말합니다. 이건 반드시 수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합니다. 사람용 관장제는 고양이에게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집에서 임의로 시도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출처: Advanced Veterinary Care).

제리를 키우면서 느낀 건, 변비를 단순히 "한 번쯤 있는 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선천적으로 장이 약한 고양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더라도 물그릇을 바꾸고, 유산균을 챙기고, 변 상태를 꾸준히 기록해 두는 것만으로도 이상 징후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리의 화장실 울음소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면서 이 작은 노력들이 맞는 방향이라는 걸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반려묘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advancedvetnj.com/site/blog/2021/11/15/how-can-i-help-my-constipated-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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