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소변 스프레이 (스트레스 원인, 환경 개선, 청소 방법)

 



솔직히 저는 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곳에 소변을 뿌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훈련이 덜 된 탓 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어린이집 원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고 있는데 얼굴에 소변 스프레이를 맞았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소변 스프레이, 왜 하는 건지 저도 몰랐습니다

아내 직장 원감 선생님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계십니다. 한 마리는 남편 분을 유독 좋아하고, 다른 한 마리는 원감 선생님 곁에만 붙어 있다고 합니다. 사진도 자주 보여주실 만큼 각별히 예뻐하시는데, 어느 날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고양이들이 집 안 여기저기에 소변을 뿌리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고양이인데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알고 보니 이건 일반 배변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이었습니다. 소변 스프레이(urine spraying)란 고양이가 쪼그려 앉는 자세 대신 선 자세에서 수직 면을 향해 소변을 분사하는 행동입니다. 쉽게 말해 화장실을 찾아가서 용변을 보는 게 아니라, 벽이나 가구 같은 특정 장소에 냄새 메시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 행동의 핵심은 마킹(marking), 즉 영역 표시입니다. 마킹이란 고양이가 자신의 존재와 영역을 다른 고양이에게 알리기 위해 냄새를 남기는 행위입니다. 야생에서는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집 안에서는 보호자에게 꽤 심각한 고민거리가 됩니다. 냄새가 옅어지기 시작하면 고양이는 같은 자리에 다시 스프레이를 합니다. 원감 선생님이 자고 있는 얼굴에 스프레이를 맞으셨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 반복적인 마킹 행동 때문이었던 겁니다.

중성화되지 않은 수컷 고양이가 특히 이 행동을 많이 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인데, 실제로는 성별이나 중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고양이가 스프레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고양이 보호 협회(Cats Protection)에 따르면, 암컷도 발정기에 같은 행동을 하며, 중성화를 하면 성적 이유로 인한 스프레이는 줄어들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분이라면 생후 4개월 이전 중성화를 꼭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집 구조가 문제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감 선생님 댁은 3남매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데, 아이들에게도 소변 스프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양이들이 얼마나 불안한 상태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고양이의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다른 고양이입니다. 같은 집에 두 마리가 살고 있다면, 보호자 눈에는 사이좋아 보여도 실제로는 서로를 피하느라 집 안 공간을 나눠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직접적인 싸움을 피하려는 본능이 강해서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리는 대신 조용히 회피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문제를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환경 풍요화(environmental enrichment)로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환경 풍요화란 고양이가 본능적인 행동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공간과 자원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생각에 원감 선생님 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부분은 바로 이 환경이었습니다.

환경이 문제, 개선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집 안에서 확인해볼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각 고양이마다 전용 화장실을 따로 마련하고, 고양이 수에 하나를 더한 개수(+1 규칙)를 기준으로 삼는다.
  2. 스크래처(scratching post)를 집 안 여러 곳에 배치한다. 스크래처란 고양이가 발톱을 갈고 영역 표시를 할 수 있는 기둥 형태의 도구로, 스프레이 대신 스크래칭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 고양이가 혼자 숨거나 쉴 수 있는 은신처를 각 고양이마다 따로 만들어준다.
  4. 밥그릇, 물그릇, 장난감 등 자원을 고양이 수만큼 분리해 배치한다.
  5. 집 안 어느 공간을 주로 사용하는지 평면도를 그려서 파악해보고, 겹치는 구역은 줄여준다.

아무래도 고양이와 함께 살려면 우리 생활 방식에서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합니다. 사람 기준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 오히려 고양이에게는 숨을 곳도, 긁을 곳도 없는 스트레스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걸 저도 이번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청소 방법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고양이 소변은 그냥 세제로 닦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좀 황당했습니다.

많은 가정용 세척제에는 암모니아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 소변에도 암모니아가 포함돼 있어서, 이런 세제로 닦으면 고양이 코에 '여기가 내 영역'이라는 신호가 남아 같은 자리에 또 스프레이를 하게 만듭니다. 청소를 했는데 오히려 더 반복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효소 분해 세정제(enzymatic cleaner)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입니다. 효소 분해 세정제란 소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을 미생물 효소가 분해하여 냄새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세정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전용 탈취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제품이 없다면, 따뜻한 물에 생분해성 세탁 세제를 10% 농도로 희석해서 닦은 뒤, 깨끗한 물로 헹구고 건조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습니다.

카펫이 오염된 경우에는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카펫은 흡수력이 강해서 소변이 밑깔개와 바닥재까지 스며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염이 오래되고 깊이 배었다면, 카펫과 밑깔개를 잘라내고 아래쪽 바닥재를 따로 처리한 뒤 다시 까는 수밖에 없습니다. 원감 선생님 댁에도 카펫이 있다면 한 번 꼭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고양이가 스프레이를 했다고 해서 혼내거나 물을 뿌리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반응은 고양이의 불안을 더 키울 뿐이고, 스프레이 행동도 오히려 악화됩니다. 행동학적 측면에서 처벌은 원인을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의학적 원인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행동 변화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수의사를 먼저 찾는 것이 코넬 대학 고양이 건강 센터(Cornell Feline Health Center)에서도 권장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원감 선생님의 고민을 전해 들으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 단순히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것 이상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집 안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 그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프레이 행동이 계속된다면 동물행동 전문가 상담도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cats.org.uk/cats-blog/behaviour-focus-spr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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