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설사 (원인, 병원, 만성설사)

 



고양이 설사가 그냥 둬도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리를 키우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구조한 지 며칠도 안 돼서 시작된 설사가 단순한 적응 문제가 아니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인: 우유 문제라고 단정하기엔 너무 이른 판단이었습니다

처제가 트럭 밑에서 혼자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날, 저희는 그 고양이 이름을 제리라고 지었습니다. 톰과 제리에서 제리는 사실 쥐 이름인데, 처제가 그 이름이 좋다고 해서 그냥 굳어졌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저와 아내, 처제가 돌아가면서 새벽에도 일어나 우유를 먹이고 체온을 유지시켜 줬습니다. 신생아 육아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문제는 며칠 후 시작됐습니다. 제리가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먹고 설사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처제도 아내도 울다가 밥을 먹이고, 또 울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수유 방식이나 우유 종류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에게 사람이 마시는 우유를 주면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이란 유당(젖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소화기 이상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고양이 전용 분유로 바꿔봤는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제리가 다른 새끼 고양이들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 트럭 밑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신호였습니다. 고양이 어미는 선천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새끼를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제리는 처음부터 몸이 약한 상태였고, 설사의 원인을 단순히 먹이 때문이라고 보기엔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유의 문제라면 다른 고양이들도 같은 반응이 나왔어야 했으니까요.

병원: 여러 곳을 다니면서 배운 것들

제리의 설사가 며칠째 계속되자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들마다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달랐고, 검사 항목도 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 설사 진단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 설사를 진단할 때는 전혈구 검사(CBC, Complete Blood Count)를 기본으로 실시합니다. 전혈구 검사란 적혈구, 백혈구 수치와 내부 장기 기능, 전해질 상태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혈액 검사를 말합니다. 여기에 대변 검사를 통해 장내 기생충이나 감염성 미생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고양이 면역결핍 바이러스(FIV)나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FeLV) 같은 감염성 질환 검사도 추가합니다. 제리는 이 검사들을 대부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딱 잘라 하나의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어린 고양이일수록 진단이 더 복잡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면역 체계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래의 경우에는 설사 증상이 보이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1. 짧은 시간 안에 두 번 이상 설사를 반복하는 경우
  2.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3. 배변 시 힘을 줘도 소량의 묽은 변만 나오는 경우 (장폐색 가능성)
  4. 식욕 부진, 탈수 증상(눈이 움푹 들어가거나 잇몸이 건조하고 끈적거리는 경우)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5. 어리거나, 나이가 많거나, 면역력이 약한 고양이가 설사를 보이는 경우

제리는 이 중 복수의 항목에 해당됐습니다. 탈수 증상도 보였고, 먹는 양 자체도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보어히스 동물병원의 수의사들도 설사와 함께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지체 없이 수의사에게 연락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제리를 통해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절대로 사람용 설사약을 고양이에게 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모디움(Imodium)이나 펩토비스몰(Pepto-Bismol) 같은 약은 사람에게는 안전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심각한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당시 저도 순간적으로 집에 있는 약을 써볼까 했는데,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게 다행이었습니다.

만성설사: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체질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만성 설사(Chronic Diarrhea)란 몇 주 이상 묽은 변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시적으로 한두 번 설사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제리의 경우가 딱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먹이는 걸 바꿔도,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호전이 없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고 여러 검사를 받은 끝에 제가 내린 개인적인 결론은, 제리는 선천적으로 장 기능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제 판단이고, 수의사 선생님들의 공식적인 진단은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 발견됐을 때의 상황, 다른 새끼들과 떨어져 혼자 있었다는 점, 같은 우유를 먹이는 다른 고양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종합하면, 몸 자체의 문제라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성 설사가 의심될 때 수의사는 일반 혈액 검사 외에 갑상선 기능 검사를 추가로 권하기도 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Hyperthyroidism)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신진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으로, 설사와 체중 감소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서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질환이라고 합니다. 또한 염증성 장 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도 만성 설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염증성 장 질환이란 장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겨 정상적인 소화 흡수가 어려워지는 상태를 뜻합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처방식 사료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권하셨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생균제를 말합니다. 사람용 프로바이오틱스와 고양이 전용 제품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 후 고양이 전용 제품을 써야 합니다. 제리에게도 몇 주간 처방식 사료와 보조제를 병행했고, 그 이후로 조금씩 변 상태가 나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전보다 훨씬 안정됐습니다. Merck Veterinary Manual에 따르면 고양이의 위장관 질환은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일 치료보다 원인에 맞는 복합 접근이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리가 지금도 건강하게 밥을 먹고 있는 건 처제가 그날 트럭 밑에서 데려온 덕분입니다. 구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고양이 설사는 한 번이면 그냥 지켜봐도 되지만, 반복된다면 반드시 수의사 진찰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라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상태가 악화되는 속도가 어른 고양이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릅니다. 이 글은 저의 경험과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반려묘의 건강 문제는 반드시 수의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voorheesvet.com/site/blog/2023/10/15/diarrhea-cats https://www.merckvetmanual.com/digestive-system/diseases-of-the-stomach-and-intestines-in-small-animals/overview-of-gastroenteritis-in-small-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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