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아기 고양이 발견 (구조 판단, 저체온증, 인공 수유)



길 잃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당장 안아 올리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비 오는 날 장모님 댁 앞에서 처제와 아내가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저희가 취한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판단의 연속이었습니다. 구조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그 짧은 고민이 한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손을 대면 안 된다는 말, 진짜입니까

처제와 아내가 트럭 밑에서 울음소리를 들은 건 비가 꽤 굵게 내리던 오후였습니다. 기어들어가 살펴보니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홀로 누워 있었습니다. 형제 고양이도 없었고, 어미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처제가 먼저 스마트폰을 꺼냈습니다. 잠깐, 검색해보자고요.

검색 결과는 꽤 단호했습니다. 미국 동물 학대 방지 협회(ASPCA)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에게 사람의 손 냄새가 배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더 이상 돌보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임프린팅(Imprinting)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임프린팅이란 동물이 태어난 직후 특정 존재를 어미로 인식하거나 특정 냄새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각인 현상을 뜻합니다. 사람 냄새가 각인되면 어미는 새끼를 낯선 존재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두 사람은 손을 거뒀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기다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눈앞에서 떨고 있는 생명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본능과 완전히 반대되는 선택이었으니까요.

구조 판단, 기다림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끼 고양이가 건강해 보이면 어미가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 고양이 보호 단체인 앨리 캣 얼라이즈(Alley Cat Allies)도 어미가 사냥을 나간 사이 새끼를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출처: Alley Cat Allies). 그러니 무조건 구조부터 하는 건 오히려 가족을 갈라놓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희가 마주한 상황은 교과서적인 판단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여러 개 겹쳐 있었습니다.

  1. 형제 새끼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어미가 건강한 새끼만 옮기고 약한 개체를 남겨두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어미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2. 고양이의 크기가 너무 작았습니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였고, 신생아 특유의 허약함이 눈에 보였습니다.
  3.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젖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Hypothermia)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정상 범위(고양이 기준 38~39°C) 아래로 떨어지는 상태로, 신생 동물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입니다.
  4. 어미가 올 기미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전혀 없었습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성립하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리는 건 구조가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결국 구조를 결정했고, 저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구조 후 첫 24시간, 저체온증부터 잡아야 합니다

새끼 고양이를 데려온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체온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신생 고양이는 체온 조절 기능인 자율 체온조절(Thermoregulation)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자율 체온조절이란 외부 온도 변화에 맞춰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는 신체 기능을 뜻하는데, 생후 4주 미만의 새끼 고양이는 이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즉, 주변이 차가우면 체온이 그대로 떨어집니다.

저희는 수건을 여러 겹 접어 작은 상자 안에 깔고, 수건으로 감싼 따뜻한 물병을 옆에 두었습니다. 전기 핫팩은 너무 뜨거울 수 있어서 설정을 최저로 낮춰 사용했습니다. 중요한 건 상자 안에 고양이가 온기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남겨두는 것입니다. 너무 덥다고 느끼면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온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에는 절대 먹이를 주면 안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배고프니까 먼저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차가운 상태의 새끼 고양이에게 분유를 주면 소화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체온을 먼저, 수유는 그 다음입니다.

인공 수유, 생각보다 훨씬 정밀한 작업입니다

어미 없이 자라는 새끼 고양이에게는 반드시 새끼 고양이 전용 분유(Kitten Milk Replacer, KMR)를 먹여야 합니다. KMR이란 어미 고양이의 모유 성분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대체 분유로, 일반 우유나 사람용 분유와는 영양 조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우유를 주면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설사와 탈수로 이어져 오히려 상태가 나빠집니다. 애완용품점에서 KMR을 구해야 합니다.

수유 자세도 중요합니다. 반드시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린 상태에서 먹여야 합니다. 사람 아기처럼 눕혀서 먹이면 기도로 분유가 넘어가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흡인성 폐렴이란 음식물이나 액체가 폐로 들어가 생기는 폐렴으로, 신생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젖병 끝에서 분유가 살짝 맺힐 정도로 나오는 것이 적당하며, 고양이가 스스로 빠는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수유 후에는 트림을 시켜야 하고, 생후 4주 미만이라면 배변 유도도 해줘야 합니다. 어미 고양이가 혀로 핥아주는 자극을 따뜻하고 촉촉한 솜뭉치로 항문 주변을 부드럽게 문질러 대신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것 없이는 새끼 고양이가 스스로 배변을 하지 못합니다. 아내가 직접 해보고는 "이게 다 엄마 역할이구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옆에서 보면서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중 관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ASPCA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는 매일 체중을 재서 기록해야 하며,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즉시 수의사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출처: ASPCA). 주방 저울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재는 것이 좋습니다.

그날 비 오는 길가에서 데려온 고양이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분명한 건, 그 순간 검색 한 번이 판단을 바꿨고, 그 판단이 결과를 바꿨다는 것입니다. 길에서 아기 고양이를 마주쳤을 때 무조건 안아 올리는 것도, 무조건 기다리는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상태를 먼저 보고, 날씨와 주변 환경을 함께 고려해서 빠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글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기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반드시 수의사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nowfresh.com/en/blog/first-time-kitten-owner-t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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