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독성물질 (집안위험, 중독증상, 예방수칙)




고양이 간에는 독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은 물질 한 방울이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저도 자루(저희 집 먼치킨)와 함께 살면서 이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처음엔 그냥 청소 잘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알면 알수록 집 안 곳곳이 위험투성이더군요.


집안 위험: 바닥부터 식탁까지, 자루가 저를 각성시켰습니다


자루와 함께 지내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습관은 바닥 청소입니다. 먼치킨은 다리가 짧아서 높은 곳보다 바닥에서 주로 생활하거든요. 그래서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으면 제가 치우기 전에 자루가 먼저 발견합니다. 실제로 신혼집에서 아내가 가지고 놀던 실을 자루가 끊어서 삼킨 적이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대변으로 배출되는지 며칠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나왔지만, 그때 아내랑 둘이 쉰 안도의 한숨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루가 식탁에도 자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치킨치고는 꽤 점프력이 붙은 겁니다. 문제는 식탁 위에 감기약이 올려져 있을 때가 많다는 거였습니다. 겨울마다 저희 가족이 번갈아 감기에 걸리면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즉 타이레놀 계열 약이 식탁에 무심코 놓이곤 했거든요. 아세트아미노펜이란 사람에게는 흔한 해열 진통 성분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간과 적혈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입니다. 소량만으로도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그 이후로 약은 반드시 서랍 안에 넣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청소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실이나 주방을 닦고 나서 표면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루가 밟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그루밍(Grooming), 즉 혀로 몸을 핥아 청결을 유지하는 습성이 있어서 발에 묻은 화학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게 됩니다. 페놀(Phenol)이 함유된 소독 스프레이나 물티슈는 소량이라도 고양이에게 유독한데, 이런 성분은 신경계와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세정제를 고를 때 반려동물 안전 표시를 꼭 확인하게 됐습니다.


중독증상: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 놓치면 안 됩니다


독성 물질에 노출된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단순한 컨디션 난조처럼 보여서 지나치기 쉽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루를 관찰하면서 느낀 건, 고양이는 아파도 티를 잘 안 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집사가 더 눈여겨봐야 합니다.

중독 반응은 크게 즉각 반응과 지연 반응으로 나뉩니다. 즉각 반응은 섭취 직후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나타나고, 지연 반응은 며칠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쌓입니다. 특히 에틸렌 글리콜(Ethylene Glycol), 즉 부동액의 주요 성분은 단 한 티스푼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단맛이 나서 고양이가 자진해서 핥는다는 점이 더 위험합니다. 에틸렌 글리콜이란 부동액이나 냉각수에 쓰이는 화학 성분으로, 섭취 후 신장을 급격하게 손상시킵니다.

아래는 고양이 독성 노출 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입니다. 하나라도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1. 입 주변에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앞발로 입을 계속 긁는 행동
  2. 구토 또는 설사가 반복되거나 멈추지 않을 때
  3. 숨이 가빠지거나 호흡이 평소와 다르게 들릴 때
  4. 온몸에 힘이 빠지거나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무기력함
  5. 몸을 떨거나, 발작을 일으키거나,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을 때
  6.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거나, 반대로 거의 마시지 않을 때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도 의외의 복병입니다. 에센셜 오일이란 식물에서 추출한 농축 방향 성분으로, 공기 중에 오래 남아 흡입만으로도 고양이의 폐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티트리, 유칼립투스, 페퍼민트, 감귤류 오일이 특히 위험한데, 고양이는 이 성분들을 분해하는 간 효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동안 디퓨저를 거실에 켜두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자루가 머무는 공간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천연"이라는 단어가 고양이에게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식물 쪽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백합(Lily)은 고양이에게 가장 위험한 실내 식물로 꼽힙니다. 꽃잎은 물론이고 꽃가루에 살짝 접촉하거나 꽃병 물을 조금만 마셔도 급성 신부전(Acute Renal Failure), 즉 신장 기능이 갑자기 멈추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화분을 좋아해서 집에 여러 식물을 두었었는데, 지금은 고양이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진 스파이더 플랜트와 아레카 야자만 남겨두었습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서는 고양이에게 유독한 식물 목록을 공식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집에 식물을 들이기 전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출처: ASPCA 독성 식물 목록).


예방수칙: 알고 나면 별거 아닌데, 모르면 큰일 납니다


자루 덕분에 저는 집 안을 다시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사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청소용품 성분표를 읽어본 적이 없었고, 약을 식탁 위에 두는 게 뭐가 문제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들어오는 물건마다 반사적으로 "자루한테 괜찮은 건가?" 하고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먼치킨처럼 다리가 짧은 고양이는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바닥 관리만 잘 해도 어느 정도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리안 숏헤어처럼 신체 능력이 뛰어난 품종과 함께 사는 집사 분들은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선반 위, 욕실 선반, 냉장고 위까지 점검 대상이 됩니다.

퍼메트린(Permethrin)이라는 성분도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퍼메트린이란 개용 벼룩 및 진드기 구제 제품에 주로 쓰이는 살충 성분으로, 개에게는 안전하지만 고양이에게는 극소량으로도 신경계 독성을 유발합니다. 다견다묘 가정에서 개 전용 벼룩약을 고양이에게 실수로 쓰거나, 처리된 개와 고양이가 함께 몸을 비비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농촌진흥청에서도 반려동물 농약 노출 주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집 안을 한 번 쭉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꾸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습니다. 청소용품은 잠금 수납장 안으로, 약은 서랍 속으로, 디퓨저는 자루 없는 방으로. 이 세 가지만 바꿔도 체감이 달라집니다.



결국 고양이를 지키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작은 주의에서 시작됩니다. 자루와 함께 지내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 그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던 위험보다 모르고 지나쳤던 위험이 훨씬 많았거든요. 집 안을 한 번 고양이 시선으로 살펴보시고, 의심되는 물질은 과감하게 치우거나 교체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고양이가 이상한 증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가까운 동물병원에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hersheyanimaler.com/blog/household-and-environmental-toxins-for-cats/ https://www.aspca.org/pet-care/animal-poison-control/toxic-and-non-toxic-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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