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오른발잡이와 왼발잡이가 있다는 사실, 저는 솔직히 자루를 키우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냥 네 발로 뛰어다니는 동물인데 굳이 어느 발을 더 쓰는지가 중요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자루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아내가 "자루는 오른발을 더 자주 쓰는 것 같지 않아?"라고 했고, 그날부터 저희 부부의 관찰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에게도 선호하는 발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겠거니 했습니다. 자루가 장난감을 칠 때 오른발이 먼저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며칠을 유심히 보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을 향해 뻗는 발, 바닥에 떨어진 간식을 긁어당길 때 쓰는 발, 그루밍할 때 세수하듯 얼굴을 닦는 발. 이게 다 제각각이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2018년 학술지 '동물 행동학(Animal Behavior)'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44마리를 대상으로 먹이에 발을 뻗거나 계단을 내려가거나 장애물을 넘을 때 어느 발을 쓰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꽤 명확했습니다. 고양이들은 양발을 동등하게 쓰기보다 어느 한쪽 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수컷은 왼발, 암컷은 오른발을 더 자주 쓴다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저희 자루는 암컷이라서 오른발을 많이 쓴다는 게 이론상으로는 딱 맞아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측성화(lateralization)입니다. 측성화란 뇌의 좌우 반구 중 어느 한쪽이 특정 기능을 더 많이 담당하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오른손잡이 대부분이 좌뇌가 우세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측성화가 고양이뿐 아니라 개, 말, 들창코원숭이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측성화와 스트레스 반응의 관계
그냥 어느 발을 쓰느냐의 문제로만 보면 다소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행동센터 소장인 데보라 웰스가 NPR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발 선호도를 알면 그 동물이 스트레스 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동물병원 방문, 이사, 낯선 손님, 폭죽 소리 같은 상황이요.
핵심은 우뇌 우세성(right hemisphere dominance)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뇌 우세성이란 뇌의 오른쪽 반구가 감정 처리, 특히 공포와 스트레스 반응을 더 강하게 담당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왼발을 선호하는 동물은 우뇌가 우세한 경향이 있어 공포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왼발 선호 개들이 낯선 사람에게 더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전반적으로 더 비관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NCBI 동물 행동 연구).
또 하나 주목할 개념이 양발 우세성(ambilaterality)입니다. 양발 우세성이란 어느 한쪽 발을 뚜렷하게 선호하지 않고 두 발을 거의 동등하게 쓰는 성향을 말합니다. 이 경우에도 뇌의 기능 분담이 다소 불분명해져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반응이 더 불안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발 선호도가 뚜렷한 고양이가 오히려 더 안정적인 심리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자루가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유독 심하게 버둥거렸던 게 생각났습니다. 자루가 오른발 선호라면 이론상 스트레스에 덜 취약해야 하는데, 제 경험상 그렇게 단순하게 떨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개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자루는 오른발잡이일까, 왼발잡이일까
본격적으로 자루를 관찰하면서 패턴을 정리해봤습니다. 아내가 장난감을 흔들면 자루는 대부분 오른발을 먼저 뻗었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을 건드릴 때는 왼발을 먼저 쓰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루밍할 때는 오른발로 세수하는 빈도가 높았고요. 공격할 때는 두 발을 동시에 씁니다. 이게 다 같은 고양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관찰 결과를 정리하면 이랬습니다.
- 장난감 치기: 오른발이 먼저 나오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 바닥 장난감 건드리기: 왼발 선호가 좀 더 뚜렷했습니다.
- 그루밍(세수): 오른발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 공격 동작(전력 질주 후 덮치기): 두 발을 거의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 간식 끌어당기기: 오른발을 먼저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걸 보면 자루는 오른발 선호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만, 상황마다 다르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발만 선호한다기보다는 행동 유형에 따라 쓰는 발이 달라지는 패턴이 보였습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것처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편향"을 확인하려면 사실 같은 행동을 수십 번 이상 반복해서 기록해야 합니다. 저희는 그냥 눈으로 관찰한 수준이라 과학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루를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는 방법
이 관찰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제가 직접 해보면서 유용하다고 느낀 방법들을 공유드립니다. 핵심은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반복 관찰하는 것입니다. 한두 번으로 단정 짓는 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먼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 어느 발이 먼저인지, 방 안으로 들어올 때 문을 긁는 발이 어느 쪽인지, 물그릇에서 앞발로 물을 떠먹는다면 어느 발인지. 이런 일상 행동은 고양이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반응이라 더 신뢰도가 높습니다.
상호작용을 통한 확인도 효과적입니다. 밥그릇 아래 간식을 숨겨놓고 꺼낼 때 어느 발을 쓰는지 보거나, 소파 밑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장난감을 밀어 넣고 어느 발로 끌어내려 하는지 관찰해보세요. 저는 이 방법으로 자루의 패턴을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관찰할 때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두면 나중에 느린 속도로 돌려보면서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눈으로만 봤다가 판단이 계속 엇갈려서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더니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한 가지 더 참고할 만한 자료로는 고양이 행동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응용 동물 행동 과학지(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가 있습니다. 학술적인 내용이지만 고양이 행동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찾아보실 만합니다.
자루를 관찰하면서 제가 느낀 건, 발 선호도보다 행동 유형별 선호도가 더 복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발을 쓰느냐로 성격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단정 짓기보다는, 우리 고양이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혹시 아직 반려묘의 발 선호도를 관찰해보지 않으셨다면, 오늘 집에서 간식 하나 꺼내서 바닥에 밀어보세요. 생각보다 금방 패턴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 참고: https://www.litter-robot.com/blog/are-cats-right-or-left-pawed/?srsltid=AfmBOorfznUM-Zp3RcnwRXokhVhN19oMvwszoOQWhglESPMAf24m3x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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