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양치질 (치석, 도망가는 이유, 칫솔질 방법과 치약 선택)




고양이 양 옆 송곳니에 갈색 치석이 빼곡히 끼어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아내가 자루 이빨 좀 보라고 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고양이 구강 질환은 3살 무렵부터 눈에 띄게 진행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자루와 씨름하며 찾아낸 현실적인 칫솔질 방법을 공유합니다.

치석이 끼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자루는 저희 집 고양이입니다. 저보다 아내가 자루 상태를 훨씬 잘 파악하는데, 그 아내가 어느 날 자루 이빨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직접 들여다보니 양쪽 송곳니 쪽에 갈색으로 두껍게 쌓인 치석(齒石, dental calculus)이 보였습니다. 치석이란 구강 내 박테리아와 음식물 찌꺼기가 굳어서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석회화된 침전물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치석이 한번 생기면 칫솔질만으로는 절대 제거되지 않고, 수의사의 전문적인 스케일링(scaling) 처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스케일링이란 초음파 기기나 기구를 이용해 치아 표면에 굳어붙은 치석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치과 시술입니다.

고양이는 통증을 본능적으로 숨기는 동물이라 치과 질환이 꽤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취가 심해지거나, 밥을 먹다가 앞발로 입을 긁거나, 침을 평소보다 많이 흘린다면 이미 잇몸에 염증이 생긴 신호일 수 있습니다. 미국수의사회(AVMA)에 따르면 3세 이상 고양이의 7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치주 질환(periodontal disease, 잇몸과 치아를 지지하는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나서야 양치질을 진지하게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자루가 칫솔 소리에 숨숨집으로 도망가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자루의 양치질은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칫솔과 치약이 있는 쪽에서 소리만 나면 레이더가 작동하듯 숨숨집으로 직행합니다. 저녁마다 자루를 쫓다 보면 마치 술래잡기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치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그게 안 되겠더라고요.

고양이가 양치질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낯선 감촉과 강제로 제압당하는 느낌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칫솔을 입에 넣으면 당연히 도망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손가락으로 입술 주변을 가볍게 만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며칠 뒤에는 입술을 살짝 들어 올리는 정도만 해봤습니다. 이 단계를 천천히 밟으면 고양이가 "이게 위험한 건 아니구나"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도 중요합니다. 긍정적 강화란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즉시 보상을 주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훈련 방식입니다. 자루 경우는 츄르나 북어 트릿 외에는 관심도 없는 까칠한 성격이라 선택지가 좁았지만, 칫솔질이 끝난 직후 북어 트릿을 주기 시작하니 도망가는 속도가 조금은 줄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자리 잡히진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덜 도망갑니다.


칫솔질 방법과 치약 선택, 이것만 지키면 됩니다


제가 경험으로 정리한 칫솔질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단계별로 나눠봤습니다.

  1. 손가락에 고양이 전용 치약을 소량 묻혀 고양이가 핥게 둡니다. 맛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2. 손가락 칫솔(finger toothbrush,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실리콘 재질의 소형 칫솔)을 이용해 입술 바깥쪽을 살짝 닦아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3. 고양이가 안정되면 부드러운 칫솔모를 가진 고양이 전용 칫솔로 교체해 치아 바깥면을 작은 원을 그리듯 닦아줍니다.
  4. 앞니에서 시작해 어금니 쪽으로 이동합니다. 한쪽 면당 30~45초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3~5분 이내에 마무리됩니다.
  5. 칫솔질 후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남은 치약을 닦아주고, 좋아하는 간식이나 칭찬으로 마무리합니다.

치약 선택에서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용 치약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사람용 치약에는 자일리톨(xylitol)과 불소(fluoride)가 들어 있는데, 자일리톨은 고양이에게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입니다. 고양이 전용 치약은 삼켜도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닭고기·생선 맛 등 고양이가 거부감을 덜 느끼도록 풍미를 넣은 제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자루는 생선 맛 쪽으로 반응이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건식 사료를 먹이면 양치를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편입니다. 자루가 건식보다 습식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여러 수의사와 연구 자료를 찾아보니 건식 사료나 덴탈 트릿(dental treat, 치아 건강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능성 간식)이 플라크(plaque, 치아 표면에 달라붙는 세균성 막으로 치석의 전 단계)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는 하지만, 칫솔질이나 전문 치과 처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일관되게 나왔습니다. 수의구강보건위원회(VOHC)에서는 반려동물 치아 관리 제품에 대한 인증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니, 제품 선택 시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정 양치질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있습니다


매일 칫솔질을 하더라도 잇몸 아래(치은하, subgingival) 부위에 쌓인 치석은 가정 내 관리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잇몸 아래란 말 그대로 잇몸 라인 아래쪽,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치아 뿌리 쪽 공간을 뜻합니다. 이 부위에 세균이 쌓이면 치주염(periodontitis, 잇몸뼈까지 염증이 번진 상태)으로 발전하고, 방치하면 발치(치아 제거)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집에서 아무리 열심히 닦아줘도 정기적인 동물병원 검진은 따로 받는 게 맞습니다. 자루의 치석을 확인한 이후로는 매일 저녁 칫솔질을 루틴으로 잡으려 하고 있지만, 이미 굳어버린 치석은 수의사의 스케일링이 아니고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특히 구취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밥을 먹는 속도가 줄었거나, 입 주변을 자주 긁는다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에 가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저와 자루가 겪은 경험과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이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자루 양치질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루라도 더 일찍 시작했으면 치석이 저 정도까지 쌓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칫솔질을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오늘 딱 30초만 입술 주변을 만지는 것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그게 첫 번째 단계이고, 그것만으로도 어제보다는 나아진 겁니다.

--- 참고: https://www.oldetowneanimalhosp.com/brush-cat-teeth-5-minute-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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