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을 때 뒷발과 엉덩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할퀴거나 도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자루를 처음 안았을 때 이걸 몰라서 꽤 애먹었습니다. 그런데 안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안느냐, 어떤 상황에서 안느냐에 따라 고양이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사회화 부족이 안기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고양이가 안기는 걸 싫어한다면, 성격 탓을 하기 전에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사회화란 어린 시절에 다양한 환경과 자극을 경험하며 낯선 것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과정을 말합니다. 고양이의 사회화 민감기는 생후 약 2주에서 7주 사이로, 이 짧은 기간 동안 사람 손에 충분히 닿아본 고양이와 그렇지 않은 고양이는 이후 행동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안기를 거부하는 고양이는 그냥 까다로운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릅니다. 사회화가 잘 된 고양이라도 안기는 방식이 잘못되면 거부 반응을 보이고, 반대로 사회화가 덜 된 고양이도 올바른 방식으로 천천히 신뢰를 쌓으면 어느 정도 적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입양 환경이나 과거 트라우마(trauma), 즉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각인된 공포 반응도 안기를 거부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건 고양이가 불안해하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동물 행동학에서는 이를 역효과 조건화(counter-conditioning)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해, 억지로 안으면 안기는 행위 자체가 고양이에게 부정적인 자극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처럼 고양이의 사회화 수준을 간단히 체크해볼 수 있습니다.
-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숨거나 하악질을 하는가
- 쓰다듬을 때 꼬리를 세게 흔들거나 귀를 뒤로 젖히는가
- 안아 올릴 때 발버둥치거나 즉시 도망치는가
- 놀다가도 갑자기 손을 물거나 할퀴는가
이 중 3개 이상 해당한다면, 안기 훈련보다 신뢰 형성을 먼저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출처: 미국수의사협회(AVMA)에 따르면 고양이는 강압적인 신체 접촉보다 고양이 스스로 먼저 다가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안는 자세, 방향 하나로 고양이 반응이 달라집니다
고양이를 올바르게 안는 기본 자세는 한 손으로 엉덩이와 뒷발을 받치고, 다른 손은 가슴 쪽에 가볍게 올려 고양이가 당신의 몸에 밀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발이 허공에 뜨면 고양이는 낙하 불안(drop anxiety)을 느낍니다. 낙하 불안이란 발이 지지면에 닿지 않을 때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공포 반응으로, 이 순간 고양이는 탈출을 시도하거나 발톱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자루와 지내면서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같은 자세라도 고양이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처음에 자루를 뒤에서 감싸 안고 양치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자루가 저를 보면서 안기면 훨씬 덜 불안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앞을 향해 안아보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에 비해 몸에 힘이 확연히 빠지고, 양치를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거든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앞을 보고 안겨야 시야가 확보되어 안정감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자루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에게 그게 정답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어떤 고양이는 오히려 앞을 보고 안기면 주변 자극이 많아서 더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반대 방향이 편한 고양이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를 어쩔 수 없이 이동시켜야 할 때는 풋볼 캐리(football carry)라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풋볼 캐리란 고양이 몸통을 팔로 감싸 고정하고, 머리가 앞쪽을 향하게 하여 팔과 몸 사이에 고양이를 끼워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수의사들이 이동장에 고양이를 넣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고양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양치에서 발견한 것, 안는 방향이 신뢰 형성과 연결됩니다
저희 집에서 자루와 관련된 역할 분담이 있습니다. 아내는 놀아주기를 맡고, 저는 밥그릇 세척, 물 교체, 브러싱(brushing), 그리고 양치를 담당합니다. 브러싱이란 빗으로 고양이 털을 정리하는 그루밍 관리로, 털 엉킴 예방과 헤어볼(hairball)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헤어볼이란 고양이가 그루밍 중 삼킨 털이 위장 내에 뭉친 것으로, 정기적인 브러싱으로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자루는 아내와 놀 때 텐션이 확연히 다릅니다. 제가 놀아줄 때는 그냥 봐주는 수준이고, 아내가 놀아주면 완전히 다른 고양이가 됩니다. 그래서 놀아주기는 아내에게 넘겼고, 저는 양치라는 다소 불편한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자루는 그나마 양치를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뒤에서 안고 할 때는 항상 조금씩 버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방향을 바꿔 앞으로 안은 뒤 자루의 반응을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자루 입장에서는 저를 볼 수 있다는 게 안정감으로 작동한 것 같습니다. 보호자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익숙한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게 공포 반응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에서도 고양이를 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신체적 지지와 함께 고양이가 익숙한 환경과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자루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고양이는 뒤를 보고 안겨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어떤 자세든 정답이 하나로 정해진 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요한 건 보호자가 자기 고양이를 충분히 관찰하면서 그 고양이만의 편안한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입니다.
결국 고양이를 잘 안는다는 건 기술보다 관찰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엉덩이를 받치고 발이 허공에 뜨지 않게 하는 기본기는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그 위에서 어떤 방향이 내 고양이를 더 편안하게 만드는지는 직접 시도해보고 반응을 보면서 조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루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고양이는 자신이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느낄 때 훨씬 협조적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자루에게 맞는 방식을 계속 찾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catster.com/lifestyle/how-do-cats-like-to-be-h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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