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고양이가 스스로 귀를 잘 관리할 거라 막연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자루가 발로 귀를 닦는 모습이 너무 야무져 보여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방심이 꽤 큰 귀지 덩어리로 돌아왔습니다. 장모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한 번쯤은 귀를 들여다 보셔야합니다.
고양이는 정말 스스로 귀를 청소할 수 있을까요?
고양이가 발로 귀 주변을 쓱쓱 닦는 모습은 정말 귀엽습니다. 저희 자루도 세수를 마친 뒤 꼭 귀 언저리를 발로 닦아내는데, 아내와 저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둘 다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자루가 그 행동을 하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털 손질이 원래 꼼꼼한 고양이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갈색 귀지가 귀 안쪽에 상당히 두껍게 퍼져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얼마나 오래 그 상태였을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불편함을 잘 숨기는 동물입니다. 외이도(外耳道), 쉽게 말해 귀의 바깥쪽 통로 부분은 고양이가 스스로 핥거나 닦아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발로 귀 주변을 문지르는 행동은 표면적인 자극 해소에 가깝고, 귓속 깊은 곳의 귀지나 이물질 축적을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그루밍(grooming), 즉 스스로 털과 몸을 다듬는 행동을 꼼꼼히 하는 고양이라도 보호자의 정기적인 귀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루처럼 털이 긴 장모종(長毛種)의 경우, 귀 주변의 털이 통기를 막아 습기와 유분이 쌓이기 쉽습니다. 저는 자루의 귀지가 갑자기 많아진 이유가 아마도 이 장모 특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피지 분비도 늘어나고, 귀 안쪽 환경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니까요.
귀지가 많다고 꼭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자루 귀에서 귀지를 발견한 뒤 저는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검사해 보시고는 감염이나 염증 같은 이상 소견은 없다고 하셨거든요. 다만 "앞으로 자주 확인해 주세요"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제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외이염(外耳炎)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외이염이란 외이도에 세균이나 진균이 번식하며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데, 방치하면 중이(中耳)까지 염증이 퍼질 수 있습니다. 미국수의사협회(AVMA)에 따르면, 고양이의 귀 감염은 초기 발견과 관리가 회복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귀 상태 점검 5가지
귀 상태를 점검할 때 다음 신호들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 귓속에 짙은 갈색 또는 검은색 귀지가 눈에 띄게 쌓인 경우
- 귀 근처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때
- 고양이가 귀를 과하게 긁거나 머리를 자꾸 흔드는 행동을 반복할 때
- 귀 안쪽이 붉게 보이거나 만졌을 때 고양이가 민감하게 반응할 때
- 귀 분비물의 색깔이나 질감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이 가운데 두세 가지가 겹친다면 자가 청소보다 병원 진찰을 먼저 받는 것이 맞습니다. 제 경험상, 귀지의 양이 갑자기 늘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달라졌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닦아주는 것이 맞을까요?
예전에 자루를 어릴 때 다니던 병원에서 귀 세정액(耳洗淨液)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귀 세정액이란 귀지와 이물질을 불려서 닦아내기 쉽게 해주는 액상 제품을 말합니다. 그런데 자루가 그 냄새를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냄새를 맡자마자 몸을 비틀고 도망가려 해서 결국 두 번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병원 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드렸더니, 자루처럼 귀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깨끗한 물에 적신 화장솜으로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귀에 염증이 있거나 진균 감염 등 구체적인 문제가 있는 고양이에게는 수의사가 처방한 제품을 써야 합니다. 그 부분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화장솜에 물을 적신 뒤 최대한 꽉 짜서 거의 촉촉한 정도로 만들고, 자루를 무릎 위에 올린 상태에서 귀 바깥쪽부터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 부드럽게 닦아줍니다. 면봉(綿棒)은 쓰지 않습니다. 면봉을 귓속 깊이 넣다가 오히려 귀지를 안으로 밀어 넣거나 예민한 외이도 벽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코넬대학교 고양이 건강 센터(Cornell Feline Health Center)에서도 일반 보호자가 면봉을 귓속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루는 면봉을 쓸 때는 꼼지락거리며 불편해했는데, 화장솜으로 바꾸고 나서 훨씬 얌전히 있어줍니다. 이 방법이 자루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귀 청소, 얼마나 자주 하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얼마나 자주 닦아야 하는지" 를 가장 헷갈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해진 주기보다는 고양이의 개별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게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고양이라면 몇 주에 한 번 정도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피지(皮脂) 분비가 활발한 여름철이나, 자루처럼 털이 긴 장모종은 통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 더 자주 확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피지란 피부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피부 분비샘에서 나오는 기름 성분으로, 이것이 귀 안쪽에서 먼지나 이물질과 섞이면 귀지처럼 쌓이게 됩니다.
저는 이제 자루 귀 상태를 보름에 한 번은 꼭 들여다봅니다. 크게 이상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고, 귀지가 눈에 보이는 정도라면 그때 화장솜으로 닦아줍니다. 지나치게 자주 닦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외이도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자연 분비물까지 제거될 수 있어 오히려 민감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 후에는 자루에게 간식을 꼭 줍니다. 처음에는 귀를 만지려 하면 몸을 빼던 자루가 이제는 그나마 덜 도망갑니다. 청소라는 경험 자체를 "나쁜 것"으로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반복적인 관리를 위해서 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자루와 함께 살면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정리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고양이 귀에 염증, 냄새, 분비물 등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수의사의 진찰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귀 관리는 사실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가끔 들여다봐 주고, 이상이 있으면 닦아주고, 뭔가 달라 보이면 병원에 가면 됩니다. 자루의 귀 안쪽이 깨끗해졌을 때 느꼈던 안도감, 그게 고양이와 함께 사는 보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tropiclean.com/blogs/dog-grooming/how-to-clean-your-cat-s-ears-safely-gentle-tips-for-healthy-felines?srsltid=AfmBOoooKsHXqUVdxQs3WEhaG6tTMtRQfbmqkv9TzeDLsZmgUY2Ny4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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