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타워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먼치킨과 함께 살아보니 그 말이 절반만 맞았습니다. 이사 후 자루에게 처음으로 캣타워를 들여놓으면서 알게 된 것들, 그리고 먼치킨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선택 기준을 어떻게 바꾸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캣타워 없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이유
솔직히 신혼집에서는 캣타워가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자루가 창문 옆 책상이나 수틀 위에 알아서 올라가고, 창문을 조금만 열어줘도 밖을 충분히 볼 수 있었거든요. 고양이가 스스로 동선을 만들어낸 셈이라 따로 구조물을 들일 이유를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사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베란다는 탁 트여 있는데, 자루가 올라가서 밖을 볼 만한 발판이 없었습니다. 수직 공간 활용(vertical space utilization)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오르고 내려오는 행동을 통해 영역 본능과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일수록 이 수직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스트레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International Cat Care). 제가 신혼집에서 그걸 몰랐던 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아내가 먼저 캣타워를 사주고 싶다고 꺼냈을 때만 해도 저는 "지금도 잘 지내는데 굳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게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는 걸 캣타워를 설치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먼치킨에게 맞는 캣타워가 따로 있다
캣타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자루의 체형이었습니다. 먼치킨(Munchkin)은 사지단축증(achondroplasia)의 일종인 유전적 특성으로 다리가 짧게 태어나는 품종입니다. 쉽게 말해 다리뼈의 성장이 억제된 상태로, 점프력과 도약 높이가 일반 고양이에 비해 눈에 띄게 낮습니다.
장모님 댁의 고양이와 자루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같은 캣타워를 앞에 놓았을 때 장모님 댁 고양이는 두 번 만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자루는 첫 번째 단에서 주저합니다. 억지로 높은 곳을 유도하는 게 오히려 부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수의학 분야에서는 먼치킨의 골격 구조상 무리한 점프나 낙하가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AVMA(미국수의사협회)).
그래서 먼치킨에게 필요한 캣타워는 단순히 "작은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다르게 설계된 것입니다. 층간 단차(step height), 즉 각 발판 사이의 높이 차이가 낮을수록 먼치킨에게 유리합니다. 계단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면 더 좋고, 플랫폼 너비도 충분히 넓어야 자루가 올라가서 편하게 앉을 수 있습니다. 신혼집처럼 공간이 좁다면 부피가 큰 캣타워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소형 구조물이 오히려 잘 맞는다는 것도 이사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크래칭포스트와 캣타워, 뭐가 다른가
캣타워를 알아보다 보면 스크래칭포스트(scratching post)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스크래칭포스트란 고양이가 수직으로 발톱을 갈고 몸을 위로 뻗는 스트레칭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단순한 기둥형 구조물을 뜻합니다. 캣타워처럼 플랫폼이나 은신처가 붙어 있지 않고, 오직 긁는 행동에 집중한 형태입니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 구매 실수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능이 다릅니다. 스크래칭포스트는 가구 긁힘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고양이가 이미 소파 팔걸이나 벽 모서리를 긁는다면, 그 자리 바로 옆에 스크래칭포스트를 놓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동을 상당히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자루도 이사 초기에 베란다 문 틀을 한 번씩 긁었는데, 그 옆에 스크래칭포스트를 뒀더니 자연스럽게 넘어왔습니다.
반면 캣타워는 단순한 긁기 이상의 것을 제공합니다. 오르기, 앉아서 바깥 보기, 숨기, 뛰어내리기 같은 복합적인 행동이 가능합니다. 실내 고양이에게 이런 환경 풍부화(environmental enrichment), 즉 좁은 실내에서도 다양한 자극과 행동을 경험할 수 있게 환경을 구성해주는 것이 정신적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이제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루가 캣타워에서 까치와 참새를 바라보며 채터링(chattering)을 하는 모습, 그러니까 입을 빠르게 떨면서 새를 향해 소리를 내는 행동을 처음 봤을 때 이걸 더 일찍 사줄 걸 싶었습니다.
먼치킨처럼 체형 제약이 있는 고양이에게는 두 가지를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낮은 캣타워 하나에 스크래칭포스트를 가구 옆에 별도로 두는 구성이 자루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실내 고양이 캣타워 정착시키기
캣타워를 샀다고 고양이가 바로 쓰는 건 아닙니다. 자루도 처음에는 한 번 냄새를 맡고 돌아섰습니다. 이건 흔한 일입니다. 고양이는 낯선 물건에 대한 경계 반응이 강하고, 특히 먼치킨처럼 올라가는 데 에너지가 더 필요한 품종은 첫 도전을 망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와 아내가 실제로 시도한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캣타워를 자루가 자주 머무는 공간, 특히 베란다 창가 근처에 설치했습니다. 위치가 맞으면 고양이가 스스로 탐색을 시작합니다.
- 맨 아래 단에 자루가 좋아하는 간식을 올려두고 억지로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관심을 갖는 속도를 고양이 페이스에 맞췄습니다.
- 아내가 옆에 앉아서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루가 훨씬 빨리 가까이 왔습니다. 고양이는 보호자의 편안한 태도에 반응합니다.
- 처음에는 1단만 활용하도록 두고, 자루가 익숙해진 뒤에 간식 위치를 조금씩 위로 올렸습니다.
억지로 올려놓거나 캣닙(catnip, 고양이풀이라고도 불리는 허브로 고양이의 흥분과 탐색 행동을 유도하는 식물)을 처음부터 과하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제 경험상 알게 된 부분입니다. 자루는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캣타워로 먼저 갑니다. 창밖을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같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한 가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과정을 통해 캣타워를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자루의 생활 반경을 설계해주는 도구로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먼치킨이라는 조건이 구매를 어렵게 만든다기보다, 오히려 어떤 구조가 자루에게 맞는지를 더 세심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먼치킨과 살면서 캣타워 하나를 고르는 일이 이렇게 공부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일단 층간 단차가 낮고 계단식으로 오를 수 있는 구조인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스크래칭포스트와 캣타워를 함께 쓰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완벽한 제품을 찾으려다 미루는 것보다, 자루처럼 일단 하나 들여놓고 반응을 보는 것이 더 빠릅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솔직하게 좋고 싫음을 표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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