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에 영향을 주는 것들?! (털 색깔, 눈 모양, 귀여움)





입양 센터 앞에서 유리창 너머 고양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왠지 저 아이"라는 감으로 데려온 경험,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희 집 자루도 그렇게 왔습니다. 옆에 사교성 넘치는 고양이가 있었는데도 아내의 눈은 처음부터 자루에게만 꽂혀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최근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니, 그 "감"에도 꽤 근거가 있었습니다.


털 색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내는 자루를 입양할 당시를 회상하며 항상 같은 말을 합니다. "오렌지색 털이 먼저 들어왔다"고요. 저는 처음엔 그냥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털 색깔이 입양 가능성 평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교 연구팀이 62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털 색깔과 눈 모양 조합에 따라 고양이 입양 가능성 점수가 달라졌습니다(출처: Animals, MDPI 2026).

흥미로운 점은 검은 고양이가 가장 높은 입양 가능성 점수를 받았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검은 고양이는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는 이 결과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이 현상을 흑묘 편향(Black Cat Bia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흑묘 편향이란 검은 고양이가 다른 색 고양이보다 입양될 가능성이 낮다는 통념을 가리키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결과가 나온 겁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호주 특유의 사정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호주 일부 보호소에서는 피부암 위험이 있는 흰 털 고양이를 입양할 때 면책 동의서(Liability Waiver)를 요구합니다. 면책 동의서란 입양자가 향후 발생할 의료 비용과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겠다고 동의하는 문서입니다. 이 관행을 아는 입양자들이 의료 부담이 적은 검은 고양이를 선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입니다.

자루가 오렌지색이어서 눈에 먼저 들어왔다는 아내의 말이 단순한 취향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털 색깔이 있고, 그게 입양 결정에 생각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걸 이 연구가 보여줍니다. 고양이를 데려올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털 색깔에 끌리는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눈 모양이 귀여움을 결정한다


자루를 입양할 때 아내가 한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눈이 너무 예뻤다"고요. 저도 그 말에 100% 동의합니다. 고양이 사진을 볼 때 눈이 먼저 가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연구에서도 눈 모양이 귀여움 인식과 입양 가능성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서는 눈 모양을 둥근형, 호두형, 아몬드형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둥근 눈을 가진 고양이가 아몬드 눈을 가진 고양이보다 귀엽고 친근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입양 가능성 점수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입니다. 베이비 스키마란 인간이 유아의 얼굴에서 느끼는 귀여움 반응을 유발하는 형태적 특징들의 집합을 말하는데, 큰 눈, 둥근 얼굴, 짧은 코 같은 특징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반응이 고양이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고양이 입양 가능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단계적 다중 회귀 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으로 따져봤을 때, 귀여움이 전체 분산의 34%를 설명할 만큼 압도적인 변수였습니다. 단계적 다중 회귀 분석이란 여러 변수 중에서 예측력이 높은 것을 순차적으로 선별해 최적 모델을 구성하는 통계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입양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가 뭔지" 수치로 가려낸 겁니다. 귀여움이 그 1위였습니다.

반면 동공 크기는 입양 가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습니다. 고양이 눈은 낮보다 밤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낮에는 햇빛 때문에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지는데, 이게 무섭다고 느끼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반면 저녁엔 동공이 크게 열려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입양 사진 대부분이 낮에 찍힌다는 걸 감안하면, 동공 크기가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연구팀도 화면 크기가 작아 동공 차이를 인식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입양 사진을 고를 때 눈이 잘 보이는 각도와 조명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보호소나 구조 단체 입장에서는 고양이 눈이 크고 둥글게 보이는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양 문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귀여움 그 다음, 사교성이 선택을 완성한다


자루 옆에 발을 허우적대며 "나를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치던 고양이가 있었다고 아내한테 들었습니다. 저라면 그 아이를 선택했을 것 같다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아무리 예뻐도, 직접 눈앞에서 보여주는 사교성은 다른 차원의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온라인 입양에서는 그 장면을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연구에서 귀여움 다음으로 입양 가능성에 영향을 준 항목은 친근함(Friendliness)과 수줍음(Shyness)이었습니다. 친근함이란 고양이가 사람에게 얼마나 잘 다가올 것 같은지에 대한 인식이고, 수줍음은 그 반대 개념입니다. 흥미로운 건 두 항목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는 점인데, 사람들이 "조금 수줍어 보이는 고양이"도 입양 가능성 평가에서 불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친근해 보이는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강했습니다.

검은 고양이가 흰 고양이, 갈색 고양이, 얼룩 고양이보다 친근하다는 평가를 유의미하게 더 많이 받았다는 것도 제 경험상 꽤 신기한 결과였습니다. 색깔만 봐도 "이 아이는 붙임성이 있겠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겁니다. 물론 실제 고양이 성격이 털 색깔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온라인 사진 한 장을 보면서 그런 추론을 한다는 사실은 입양 기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고양이 입양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귀여움 인식 — 입양 가능성 분산의 34%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요인
  2. 친근함 인식 — 사진 속 고양이가 사람에게 잘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
  3. 수줍음 인식 — 지나치게 수줍어 보이지 않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
  4. 털 색깔 — 검은 고양이가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높은 입양 가능성 점수를 받음
  5. 눈 모양 — 둥근 눈이 아몬드 눈보다 귀엽고 친근하다고 평가됨

이 리스트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 입양 프로필은 고양이가 직접 매력을 보여줄 수 없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사진 한 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사진에서 어떤 특징이 보이는지가 입양자의 첫 결정을 완전히 좌우할 수 있다는 거죠. 보호소 관계자들이 이 연구를 참고한다면, 사진 촬영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입양 대기 고양이들의 기회를 늘릴 수 있습니다. 고양이 행동 특성 연구에 관심 있는 분들은 국제 동물 행동 연구 기관인 국제 인간-동물 상호작용 학회(ISAZ)의 자료도 참고해 보실 만합니다.

자루를 데려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내와 저는 소파에 앉을 때마다 자루가 먼저 자리를 잡고 눈 인사를 건넵니다. 그때마다 "왜 자루였는지" 이야기를 또 꺼내게 됩니다. 결국 사진 한 장, 눈 모양 하나, 털 색깔 하나가 이 인연을 만든 겁니다. 고양이 입양을 고민 중이라면, 온라인 프로필 사진에서 눈이 잘 보이고 귀여움이 잘 드러나는 고양이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보호소나 구조 단체를 운영하신다면, 사진 한 장에 조금 더 공을 들여보시는 것도 분명 의미 있을 겁니다.


--- 참고: https://www.mdp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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