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톱 깎기 (발톱 구조, 클리핑 기술, 스크래처)




솔직히 저는 자루 발톱을 제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실수였습니다. 얼마 전 자루 엉덩이 쪽을 닦아주다가 탈출하려는 자루에게 다리를 심하게 긁히고 나서야 발톱 상태를 확인했는데, 이미 한참 자라있었습니다. 고양이 발톱 관리를 미루면 결국 사람이 다칩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출발한 실제 이야기입니다.


발톱 구조를 모르면 자를 수가 없습니다


처음 자루 발톱을 자르려고 들여다봤을 때, 아내가 발톱 안쪽을 보여주며 빨간 실선 같은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바로 퀵(quick)입니다. 퀵이란 발톱 내부를 지나는 혈관과 신경 다발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손톱 아래 속살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퀵을 건드리면 출혈이 생기고 고양이가 극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밝은 곳에서 발톱을 살짝 눌러 펴면 투명한 발톱 안쪽으로 분홍빛 선이 보입니다. 그 선에서 최소 2~3mm 앞까지만 잘라야 안전합니다. 제가 처음 이걸 봤을 때 솔직히 생각보다 혈관이 발톱 끝 가까이까지 뻗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대충 잘라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양이 발톱은 사람 손톱과 달리 수축성 발톱(retractile claw)입니다. 수축성 발톱이란 평소에는 발 안쪽으로 집어넣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덕분에 발톱이 바닥에 닿지 않아 마모가 적고, 그만큼 훨씬 빠르게 날카로워집니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라면 자연스럽게 닳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관리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 앞발에는 며느리발톱(dewclaw)이 있습니다. 며느리발톱이란 발 안쪽 위쪽에 위치한 발가락으로, 땅에 닿지 않아 마모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이 발톱은 자칫 방치하면 안쪽으로 말려 발바닥 살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자루 발톱을 처음 정리할 때 아내가 이 부분도 꼼꼼히 확인해줬는데, 저는 그 발톱 존재 자체를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클리핑 기술, 도구 선택부터 자세까지


손톱깎이로 잘라도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사람용 손톱깎이는 아래에서 위로 눌러 자르는 방식이라 고양이 발톱에 수직 압력이 가해져 발톱이 쪼개지거나 갈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 전용 발톱가위는 스프링 타입이나 길로틴(guillotine) 타입으로 설계되어 45도 각도로 깔끔하게 자를 수 있습니다. 길로틴 타입이란 원형 구멍에 발톱을 끼우고 날을 밀어 자르는 방식으로, 발톱이 고정된 상태에서 잘리기 때문에 흔들림이 적습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자루를 억지로 세워놓고 자르려 하면 버둥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내가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웠는데, 팔꿈치 안쪽에 자루를 감싸 안은 뒤 한 손으로 발을 살짝 눌러 발톱을 펴는 방법이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발 위아래에 대고 발톱 바로 뒤 관절 부분을 부드럽게 누르면 발톱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고양이 발톱을 자를 때 실제로 지켜야 할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밥을 먹은 직후처럼 고양이가 가장 이완된 타이밍을 고른다
  2. 밝은 환경에서 발톱을 눌러 퀵 위치를 먼저 확인한다
  3. 고양이 전용 발톱가위를 45도 각도로 잡고 퀵에서 2~3mm 앞부분만 자른다
  4. 한 번에 모든 발톱을 자르려 하지 말고, 버둥대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다음 날 이어서 자른다
  5. 발톱 하나를 자를 때마다 또는 세션이 끝날 때마다 간식으로 보상한다
  6. 며느리발톱도 빠짐없이 확인한다

만약 실수로 퀵을 건드려 출혈이 생겼다면, 당황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혈제(styptic powder)를 발끝에 살짝 묻히거나 깨끗한 거즈로 30초 정도 지그시 눌러주면 대부분 멈춥니다. 지혈제란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켜 출혈을 빠르게 멈추게 하는 분말 형태의 지혈 보조제입니다. 전용 제품이 없다면 옥수수 전분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자루가 아파했던 기억에 죄책감이 크게 들었지만, 발톱은 빠르게 자라고 고양이는 생각보다 금방 잊습니다.

고양이 발톱 관리에 관한 수의학적 권고 사항은 미국수의사협회(AVMA) 반려묘 케어 가이드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발톱 트리밍을 기본 건강 관리의 일환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스크래처, 관리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법


스크래처(scratcher)란 고양이가 발톱을 긁으며 자연스럽게 겉껍질을 벗겨내고 발톱 길이를 조절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고양이에게 긁는 행동은 단순히 발톱 관리가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근육 스트레칭, 영역 표시까지 포함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그래서 스크래처를 없애거나 제한한다고 해서 긁는 행동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엉뚱한 데를 긁을 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발톱만 잘 잘라주면 소파 긁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발톱을 짧게 유지해도 자루는 여전히 긁습니다. 긁는 빈도 자체는 변하지 않았고, 다만 스크래처 위치를 자루가 자주 다니는 동선에 배치하고 나서 소파 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스크래처와 정기적인 발톱 관리를 함께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스크래처 재질도 고양이마다 선호가 다릅니다. 자루는 골판지 재질보다 사이잘(sisal) 재질을 더 선호했는데, 사이잘이란 천연 식물 섬유로 만든 거친 직물로 발톱이 잘 걸리는 느낌 때문에 선호하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세워두는 타입과 눕혀두는 타입 중 어느 쪽을 좋아하는지도 직접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루는 세로로 세운 사이잘 기둥형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발톱 제거(declawing) 시술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단순히 발톱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발가락 끝 뼈 마디까지 절단하는 시술로, 만성 통증, 관절 이상, 보행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수의사회를 포함해 많은 수의학 기관이 이 시술을 동물 복지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도 발톱 제거를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스크래처와 정기적인 클리핑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자루 다리를 긁히고 나서야 발톱 관리를 시작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늦었습니다. 고양이 발톱은 최소 3주에 한 번은 확인하고, 길거나 날카로워졌다면 바로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자루도 많이 버텼지만, 매번 간식으로 보상을 이어가면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덜 저항합니다. 발톱 깎기가 고양이에게 공포스러운 일이 아니라 그냥 익숙한 루틴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게 집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https://www.armandhammer.com/en/articles/how-to-trim-cats-n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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