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물을 잘 안 마신다는 걱정, 저도 자루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였습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변비는 물론, 하부 요로 질환(Lower Urinary Tract Disease)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물그릇 하나도 허투루 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물그릇 하나 바꿨을 뿐인데
처음에는 밥그릇 옆에 작은 물그릇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흔히들 그렇게 하니까요. 그런데 자루가 물그릇 쪽에는 거의 발길을 안 주더라고요. 알고 보니 고양이는 먹이를 먹는 장소 근처에서 물 마시는 걸 본능적으로 꺼린다고 합니다. 사냥감의 내장이 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African Wildcat) 시절부터 내려온 습성이라더군요.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란 우리 집 고양이의 직계 조상으로, 건조한 사바나 환경에서 생존하도록 진화한 종입니다. 그 유전자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죠.
물그릇 위치를 밥그릇과 완전히 다른 방으로 옮겼더니 확실히 다가오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릇 크기도 바꿨습니다. 원래 쓰던 건 작고 깊은 플라스틱 그릇이었는데, 크고 얕은 도자기 그릇으로 교체했습니다. 수염감각기(Vibrissae)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고양이의 수염이 단순한 털이 아니라 주변 공간과 압력을 감지하는 고감도 감각 기관이라는 뜻입니다. 그릇이 좁고 깊으면 물을 마실 때마다 수염이 그릇 가장자리에 닿아서 스트레스를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는데, 이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그릇 안에 둥둥 떠다니는 작은 금붕어 모형을 넣어줬거든요. 장난기 많은 자루가 앞발로 건드리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물을 핥더니, 어느새 물 마시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물 마시는 행동을 놀이와 연결한 건 제가 딱히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꽤 효과적인 방법이 됐습니다.
자루는 입 밑에 털이 많아서 식사 후에 음식 가루가 묻은 채로 물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물그릇에 가루들이 금방 둥둥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물을 갈아줍니다. 며칠 지난 물컵에서 물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듯, 고양이도 탁해진 물은 외면합니다.
습식사료가 가져온 생각보다 큰 변화
자루가 습식사료를 잘 먹는다는 사실은 아내와 제가 "다행이다"를 연발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습식사료(Wet Food)란 수분 함량이 70~80%에 달하는 캔이나 파우치 형태의 사료를 말합니다. 건식사료의 수분 함량이 1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꽤 큽니다. 자루는 아침저녁으로 한 파우치를 반씩 나눠 먹는데, 이것만으로도 하루 수분 섭취량의 상당 부분이 채워진다는 걸 알고 나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반면 처가집 고양이 제리를 보면서 반대 상황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제리는 습식사료를 거의 안 먹고 건식사료와 건식에 뿌리는 북어 트릿만 좋아합니다. 그 녀석이 화장실에서 대변을 볼 때 엄청나게 크게 울면서 힘들어하는 걸 봤는데, 그게 단순히 성격 때문이 아니라 수분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탈수(Dehydration)란 체내 수분이 정상 수준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며, 고양이의 경우 변비와 배변 통증으로 직결되기 쉽습니다.
건식사료 위주로 먹는 고양이라면 음수량을 따로 채워줘야 합니다. 영국 고양이 보호단체(Cats Protection)에서도 건식사료만 먹는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별도로 마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료를 바꿀 때는 급격하게 전환하지 않고 기존 사료와 섞어가며 서서히 비율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소화기계(Gastrointestinal Tract), 즉 위장관이 새로운 사료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습식사료 외에도 물에 풍미를 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름에 절이지 않은 참치 캔 국물을 몇 방울 섞거나, 나트륨이 낮은 닭고기 육수를 활용하면 고양이가 더 관심을 갖더라고요. 단, 나트륨(Sodium) 함량에는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나트륨은 고양이 신장에 무리를 주는 성분으로, 과잉 섭취 시 신부전(Renal Failure)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음수 습관, 이렇게 점검해 보세요
고양이가 실제로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 눈으로만 봐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생각보다 측정이 간단합니다. 아침에 계량컵으로 물을 담아 그릇에 넣고, 저녁에 남은 물을 다시 계량컵에 부어 빼면 그날 하루 음수량이 나옵니다. 고양이 체중 1kg당 하루 44~66ml 정도가 적정 음수량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 수치와 비교해 보면 됩니다. 코넬 대학교 고양이 건강센터(Cornell Feline Health Center)에서도 고양이의 음수량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건강 이상의 조기 발견에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음수량을 높이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물그릇은 밥그릇, 화장실과 각각 다른 공간에 분리해 두기
- 크고 얕은 도자기 또는 유리 재질 그릇으로 교체하기
- 매일 한 번 이상 신선한 물로 교환하기
- 반려동물용 정수기(Pet Fountain) 설치해 흐르는 물 제공하기. 정수기란 전동 펌프로 물을 순환시켜 항상 흐르는 상태를 유지해주는 장치입니다.
- 습식사료 비율을 늘리거나 건식사료에 물을 소량 섞어주기
특히 노령묘(Senior Cat), 즉 11세 이상의 고양이는 신장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는 시기이므로 음수량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평소보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거나 반대로 거의 안 마시는 변화가 생긴다면,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닌 건강 이상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수의사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루를 키우면서 물 한 그릇이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몰랐습니다. 그릇 크기, 위치, 재질, 사료 종류까지 고려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제리를 보면서 수분이 부족하면 배변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도 몸소 느꼈습니다. 고양이의 음수 습관이 걱정된다면 오늘부터 물그릇 위치 하나, 재질 하나씩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고양이의 건강 이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cats.org.uk/cats-blog/8-tips-get-your-cat-to-drink-more-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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