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꼬리 언어 (꼬리 신호, 행동 분석, 먼치킨)

 



집고양이는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 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동물입니다. 사자도, 호랑이도 하지 못하는 행동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자루가 꼬리를 세우고 걸어올 때마다 새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풍성한 장모 꼬리가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아오를 때, 그게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고양이만의 특별한 신호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꼬리뼈 19~23개가 만들어내는 정밀한 균형 장치


고양이 꼬리는 척추의 연장선입니다. 꼬리를 구성하는 미추골(尾椎骨)은 19개에서 23개로, 이 뼈들은 근육·인대·힘줄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추골이란 척추 가장 아랫부분에 붙어 있는 꼬리 전용 뼈를 말하는데, 이 구조 덕분에 고양이는 꼬리를 밑동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뼈들의 숫자가 단순해 보여도 전체 골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에 달합니다. 몸 전체 뼈의 10분의 1이 꼬리에 몰려 있다는 건데, 균형 유지 기관으로서 꼬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설계된 부위인지 보여줍니다. 좁은 책상 모서리를 유유히 걷는 자루를 보면 그게 그냥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꼬리라는 구조물이 실시간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꼬리에는 말초신경(末梢神經)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말초신경이란 뇌와 척수 바깥으로 뻗어 있는 신경망으로, 촉각과 위협 감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어도 꼬리의 신경이 먼저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양이는 꼬리를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신경 말단이 그만큼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꼬리를 잡아당기면 통증은 물론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꼬리 신호 하나하나가 다 다른 말이었습니다


자루와 3년 가까이 살면서 꼬리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같은 "꼬리를 흔드는" 행동도 상황마다 전혀 다른 의미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고양이의 꼬리 신호를 대략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꼬리를 수직으로 세우고 다가올 때: 긍정적인 감정 신호. 행복하거나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2. 꼬리 끝이 물음표처럼 살짝 구부러진 채 올 때: 반가움의 인사입니다. 자루가 아내에게 이 자세로 다가갈 때, 아내는 거의 매번 녹아내립니다.
  3. 꼬리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 때: 무언가를 덮치려는 집중 상태거나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4. 꼬리를 빠르게 좌우로 털 때: 짜증이나 불쾌감의 표현입니다. 이때 접근하면 십중팔구 손등을 긁힙니다.
  5. 꼬리 전체 털이 부풀어 오를 때: 극도의 경계 또는 공포 상태입니다.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6. 꼬리를 몸 아래로 말아 넣을 때: 스트레스나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뜻입니다.
  7. 꼬리를 상대에게 두를 때: 포옹에 가까운 친밀감 표현입니다. 자루가 아내 다리에 꼬리를 두른 날은 그날 하루 내내 사이가 좋다는 신호입니다.

고양이 행동학(feline ethology)에서는 이런 꼬리 신호를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의 핵심으로 분류합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란 소리 없이 몸짓만으로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고양이가 사람이나 다른 고양이와 관계를 맺는 방식의 대부분이 이 비언어적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꼬리를 읽는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출처: International Cat Care).

자루의 꼬리 부풀리기 — 행동 분석으로 이해한 이유

솔직히 이건 꽤 오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자루가 아무 이유 없이 꼬리를 부풀리며 저를 경계할 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행동학적으로 파고들어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교감신경(交感神經)이 활성화되면 꼬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털이 곤두서는 기모반사(起毛反射)가 일어납니다. 교감신경이란 위협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를 긴장 상태로 만드는 자율신경계의 한 축입니다. 기모반사는 쉽게 말해, 몸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상대를 위협하는 방어 본능입니다. 이게 사람에게도 벌어지는데, 공포영화 볼 때 소름이 돋으면서 팔 털이 서는 것이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자루가 경계를 느끼는 자극의 역치(閾値), 즉 반응을 유발하는 최소한의 자극 수준이 저보다 훨씬 낮다는 점입니다. 제가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나 냄새, 창밖의 새 그림자 하나에도 자루의 교감신경은 이미 반응해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인데, 자루 입장에서는 이미 경계 모드가 켜진 상태에서 제가 눈에 들어온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는 꼬리가 부풀어 있을 때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자루가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두는 게 최선이라는 걸 3년의 경험이 가르쳐줬습니다.

실제로 고양이 스트레스 반응에 관한 연구에서도 보호자가 경계 신호를 무시하고 접근을 시도할수록 고양이의 만성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출처: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 꼬리 신호를 읽는 게 단순한 관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먼치킨 장모의 꼬리, 털 속에 숨겨진 신호 읽기


자루는 먼치킨(Munchkin) 장모종입니다. 먼치킨은 짧은 다리와 긴 허리가 특징인 품종인데, 자루의 경우 꼬리까지 길고 털이 풍성해서 뒤에서 보면 너구리와 구분이 안 됩니다. 아내와 저는 자루 뒤통수를 보며 매번 "너구리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장모 고양이의 꼬리는 신호를 읽을 때 한 가지 변수가 생깁니다. 털이 워낙 많다 보니 꼬리가 부풀어 있는 건지, 원래 풍성한 건지 구분이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기모반사로 부풀어 오른 꼬리는 좌우로도 퍼지는 느낌이 납니다. 평소의 풍성함과는 다르게 전체 실루엣이 아예 달라지거든요. 그 차이를 구분하게 된 건 함께 산 지 6개월쯤 지나서였습니다.

또 먼치킨은 짧은 다리 구조 때문에 점프나 이동 시 일반 고양이보다 꼬리에 더 의존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균형 보정을 꼬리가 더 적극적으로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루가 좁은 창틀이나 캣타워 꼭대기에서도 꽤 안정적으로 버티는 걸 보면, 저는 그 풍성한 꼬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의 꼬리 언어는 품종마다 표현 방식이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고양이의 평소 상태를 기준으로 변화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자루의 꼬리를 매일 들여다보면서 저는 꼬리의 털 부풀기, 움직임 속도, 위치 각도라는 세 가지를 동시에 봅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자루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읽힙니다.

고양이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꼬리를 읽는 게 전부는 아니더라도, 꼬리만 잘 봐도 절반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루가 꼬리를 세우고 달려올 때 저는 그냥 반갑습니다. 그 신호를 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꼬리가 부풀어 있으면 자리를 피해줍니다. 언어가 없어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고양이와 사는 것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꼬리 하나에 조금 더 시선을 두어보시길 권합니다.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참고: https://www.cats.org.uk/cats-blog/why-do-cats-hav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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