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에게 습식 사료가 좋을까요?! (장내 미생물, 탄수화물, 음수량)



건식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장 속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세균이 습식 사료를 먹는 고양이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건사료와 츄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제리를 키우면서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달라진다는 게 무슨 뜻일까

2025년 3월, 동료 평가 학술지인 npj Veterinary Sciences에 발표된 연구에서 156마리의 고양이를 분석한 결과, 건식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대변에서 프레보텔라(Prevotella),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메가모나스(Megamonas) 같은 세균이 두드러지게 많이 검출됐습니다. 이 세균들은 탄수화물 대사(carbohydrate metabolism)와 관련된 균들로, 쉽게 말해 탄수화물을 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왜 건식 사료를 먹으면 이 균들이 늘어날까요? 건식 사료의 평균 탄수화물 함량은 약 45%입니다. 반면 습식 사료는 약 10%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제가 직접 캔 뒷면 성분표를 보고도 놀랐을 만큼 차이가 큽니다. 건식 사료에 탄수화물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알갱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결착제(binder)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간과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탄수화물을 당으로 전환하는 이 미생물들이 비만과 연관된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고양이에게도 같은 기전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내 미생물군집(gut microbiome)이란 장 안에 사는 수백억 마리의 미생물 생태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면역 반응부터 소화, 신진대사까지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생물군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소는 항생제와 식단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출처: npj Veterinary Sciences).

습식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미생물군집이 "더 깨끗해 보였고, 대사 질환과 관련된 균도 적었다"는 연구 결과는 고양이를 오래 키울수록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면역 체계(immune system)란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체계인데, 장내 미생물이 바로 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도 다시 확인됐습니다.

탄수화물 함량,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

고양이 동물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을 때마다 수의사 선생님이 꼭 물어보시는 게 있습니다. "제리 잘 먹어요?" 그리고 항상 뒤따라오는 말이 있는데, "물은 잘 마시고 있나요?"입니다.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음식도 아니고 물을 왜 이렇게 강조하시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원래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동물입니다. 사막 출신 동물이라 수분을 먹이에서 주로 얻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음수량(飮水量)이란 하루에 섭취하는 수분의 총량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갑자기 늘거나 줄면 신장 질환이나 당뇨 같은 질병의 조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음수량을 그렇게 꼼꼼히 물어보신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건식 사료만 먹는 고양이는 수분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습식 캔을 사다가 절반은 아침에 주고 나머지는 저녁에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줬더니 제리가 저녁 것은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차갑게 식은 것도 싫고, 한 번 개봉한 냄새가 달라진 것도 싫은 모양이었습니다. 고양이는 후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식감과 온도, 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건식 사료는 한 봉지 따서 그냥 퍼주면 됐는데, 습식은 이런 관리까지 필요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건식과 습식의 차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탄수화물 함량: 건식 사료 평균 약 45% vs 습식 사료 평균 약 10%
  2. 수분 함량: 건식 사료 약 10% 내외 vs 습식 사료 약 70~80%
  3. 장내 탄수화물 대사 관련 균 비율: 건식 사료 급여 고양이에서 유의미하게 높음
  4. 급여 편의성: 건식은 자동급식기 사용 가능, 습식은 개봉 후 즉시 급여 권장

사람의 경우 국물 음식을 많이 먹으면 나트륨 과잉 섭취 우려가 있어 오히려 줄이라고 권장합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정반대로 수분을 더 섭취해야 한다니, 같은 포유류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합니다. 고양이의 신체 구조가 사람과 얼마나 다른지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뭘 바꾸면 될까

연구를 진행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알라반드 박사는 "하루 한 끼만이라도 습식 사료를 급여해보라"고 권고합니다. 박사 본인도 장모종 고양이 두 마리에게 저녁에는 습식, 아침에는 건식을 주는 방식으로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면 혼합 식단(mixed feeding)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혼합 식단이란 건식과 습식을 번갈아 급여하거나 한 끼는 건식, 다른 끼는 습식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습식을 처음 시도할 때 고양이의 반응을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제리처럼 변비 증상이 있거나 음수량이 부족한 고양이라면 더더욱 습식이 필요하지만, 어떤 브랜드와 맛을 좋아하는지는 직접 먹여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트에 가서 작은 용량의 캔 여러 종류를 사다가 반응을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보충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거나 보충하기 위해 섭취하는 살아있는 미생물 제품을 말합니다. 시중에 고양이용 프로바이오틱스가 많이 나와 있지만, 고양이에게 특화된 균주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애니멀바이옴(AnimalBiome) 같은 고양이 특화 제품은 주목할 수는 있지만, 프로바이오틱스 전반이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인 만큼 맹신보다는 식단 자체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것 같습니다(출처: AnimalBiome).

물 그릇 위치나 청결 상태도 음수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료 그릇 바로 옆에 물그릇을 두면 고양이가 물을 덜 마시는 경우가 있고, 흐르는 물을 선호하는 개체도 있습니다. 고양이 음수량이 걱정된다면 습식 사료 도입과 함께 급수기 형태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모든 고양이에게 맞는 완벽한 식단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연구 결과와 음수량 문제를 함께 고려하면, 건식 사료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제리에게 맞는 습식을 찾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고양이의 건강 신호를 읽는 연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고양이가 물을 잘 마시지 않거나 변비 기운이 있다면, 오늘 퇴근길에 작은 캔 하나부터 사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반려묘의 건강 상태는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세요.

--- 참고: https://cats.com/news/study-about-cat-microbiome-favors-wet-cat-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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