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숏헤어, 무늬로 성격을 알 수 있을까요?
제리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얘 무슨 냥이야?"였습니다. 털 패턴을 보니 고등어 껍질처럼 선명한 줄무늬가 있어서, 이른바 고등어 무늬 고양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코숏은 무늬에 따라 고등어, 치즈, 턱시도, 삼색이, 카오스 등으로 분류됩니다. 집 근처에서 보던 노란 털 고양이가 바로 치즈냥이고, 털이 세 가지 색으로 뒤섞인 고양이가 삼색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삼색이는 거의 100% 암컷입니다. 이건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유전학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모색(毛色)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실려 있어서, 두 가지 이상의 색이 발현되려면 X 염색체가 두 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컷은 XY 염색체를 가지므로 삼색이가 되기 위해서는 극히 드문 염색체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걸 알고 나서 주변 지인들한테 이야기했더니 다들 신기해했습니다.
무늬가 성격을 결정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무늬보다 성별, 연령, 자란 환경이 성격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치즈냥이에 수컷 비율이 약 75%라는 점과 연결 지어 보면, 치즈냥이가 순하고 직진형 성격인 건 무늬 때문이 아니라 수컷 비율이 높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삼색이나 카오스가 예민하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컷 비율이 높은 만큼, 개체의 성별과 경험이 먼저 작용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체육 고양이라는 별명, 제리를 키우고 나서야 납득했습니다
코리안 숏헤어를 두고 '체육 고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길거리에서 보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어딘가에 늘어져 자고 있잖아요. 그런데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에너지를 아끼는 겁니다.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다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리가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의자 위로 훌쩍 올라가더니 며칠 후엔 식탁까지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식탁 옆 냉장고 꼭대기까지 스스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발견했을 때, 저는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건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피식자였던 야생 본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높은 위치에서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위협을 미리 감지하려는 행동입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제리가 안 보여서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찾았는데, 알고 보니 장인어른 방 옆에 쌓아둔 짐들을 발판 삼아 장롱 위에 올라가서 누워 있었습니다. 저희를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그 눈빛이 마치 "이제야 날 찾았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코숏의 활동량이 뱅갈 고양이 수준이라는 말이 진짜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코숏의 높은 활동성은 수백 년간 한국의 거리에서 생존해 온 강인한 유전자에서 비롯됩니다. 특정 품종 고양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유전 질환(hereditary disease)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지 않지만, 그만큼 에너지 발산이 안 되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충분한 사냥 놀이, 즉 캣타워나 낚싯대 장난감을 통한 수렵 본능(獵本能) 자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렵 본능이란 고양이가 움직이는 물체를 쫓고 잡으려는 타고난 행동 욕구를 뜻합니다.
구조 고양이를 입양했다면 꼭 확인해야 할 것들
제리처럼 길에서 구조된 코숏을 입양하기로 했다면, 귀엽다는 감정 외에 챙겨야 할 현실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밥 주고 놀아주면 되겠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꼼꼼히 확인해야 할 항목들이 꽤 됩니다.
구조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감염병 검사입니다. 길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양이 백혈병(FeLV, Feline Leukemia Virus)과 고양이 면역결핍 바이러스(FIV, Feline Immunodeficiency Virus), 그리고 범백혈구감소증(Panleukopenia)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고양이 백혈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고양이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면역 기능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질환입니다. 범백혈구감소증은 고양이 파보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조 고양이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가 만성 구내염(Chronic Stomatitis)입니다. 만성 구내염이란 잇몸과 구강 점막에 지속적인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밥을 먹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침을 많이 흘리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길에서 칼리시 바이러스(Calicivirus)에 노출된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입을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칼리시 바이러스는 고양이의 호흡기와 구강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로, 집단 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쉽게 퍼집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공하는 반려동물 입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구조 동물을 입양한 후 최소 2주간의 격리 기간과 기본 건강검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화(socialization)가 부족한 구조 고양이를 위해 수의사나 동물행동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사회화란 어린 시절 다양한 사람, 환경, 소리 등에 노출되며 낯선 자극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구조 고양이 입양 후 체크해야 할 핵심 항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고양이 백혈병(FeLV) 및 고양이 면역결핍 바이러스(FIV) 혈액 검사
- 범백혈구감소증(Panleukopenia) 항원 검사
- 만성 구내염 여부 확인 및 구강 건강 점검
- 중성화 수술 여부 확인 및 미실시 시 수술 일정 잡기
- 병원 방문 전 안정제 처방 여부 수의사와 상의 (스트레스 최소화)
한국 고양이수의사회(KFVMA)에서도 구조 고양이의 건강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출처: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제리를 키우면서 느낀 건, 코리안 숏헤어는 '관리가 쉬운 고양이'가 아니라 '개성이 강한 고양이'라는 점입니다. 장롱 위까지 스스로 올라가는 체력, 처음 보는 방문객에게는 절대 다가가지 않는 경계심, 그러다가 마음 열면 발에 붙어 다니는 애착. 이 모든 것이 길 위의 세월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애착이 생겼습니다. 코숏을 입양 고려 중이라면 활동량과 건강 관리 두 가지를 충분히 준비한 뒤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고양이는 정말 좋은 가족이 됩니다.
--- 참고: https://youtu.be/tLggN9Dqbgk?si=TC_0fZEIozaErsQ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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