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중성화, 필수인가 선택인가? (개체수 조절, 건강 이점, 행동 변화)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 전까지는 중성화가 당연한 절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리를 데려오고 나서 처제, 아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니 물음표가 하나 생겼습니다. 제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번식 덕분인데, 우리가 그 본능을 끊어도 되는 걸까요? 이 글은 그 고민의 기록입니다.

개체수 조절, 숫자로 보면 달라집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수 한 쌍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약 63~65일이고, 한 번에 평균 4~6마리를 낳습니다. 이 새끼들이 다시 번식을 시작하면 이론적으로 5년 안에 수천 마리로 불어납니다. 숫자로 보니 체감이 달랐습니다.

실제로 저희 집 앞에도 중성화가 되지 않은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처제가 비비라고 부르던 고양이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 몸에 비비크림처럼 착 달라붙는다고 붙인 이름인데, 그 고양이가 밤마다 울어대는 소리는 결코 귀엽지 않았습니다. 발정기 특유의 울음소리는 주변 주민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TNR(Trap-Neuter-Return)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TNR이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인위적인 개체수 관리 방법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 사업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길고양이 관련 민원 감소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성화가 단순히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와 연결된 사안이라는 걸 이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건강 이점,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입니다

중성화를 해줘야 하는 이유로 건강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렸는데, 실제 공부를 해보니 꽤 구체적인 근거들이 있었습니다.

암컷 고양이의 경우 자궁축농증(Pyometra)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자궁축농증이란 자궁 내부에 세균이 증식하면서 고름이 차는 상태를 뜻하는데,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에게서 발생 빈도가 훨씬 높고 심할 경우 패혈증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합니다. 또한 유선종양(Mammary Tumor), 즉 유방 쪽에 생기는 종양의 발생률도 첫 발정 전에 중성화를 하면 극적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수컷의 경우 고환암(Testicular Cancer) 예방 효과가 있고, 전립선 비대나 염증 관련 질환 위험도 줄어듭니다. 중성화된 고양이가 그렇지 않은 고양이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통계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제리를 더 오래 곁에 두고 싶다면, 이 부분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중성화가 건강에 무조건 좋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호르몬 변화로 인한 비만이나 관절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수술 후 식이 관리와 활동량만 잘 유지해 준다면 체중 문제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범위였습니다.

행동 변화, 중성화 후 제리는 달라졌을까요

아내 어린이집 원감님 남편분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같은 종의 암수를 입양하셔서 자연스럽게 새끼를 낳게 해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고양이가 서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짝짓기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니 소변 스프레이(Urine Spraying)라는 행동이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소변 스프레이란 고양이가 영역을 표시하거나 발정 신호를 보내기 위해 수직 면에 소변을 분사하는 행동으로, 냄새가 매우 강하고 청소가 쉽지 않습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수컷 고양이에게서 특히 흔하게 나타나는 이 행동은, 중성화 후 약 80~90%에서 감소하거나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AVMA(미국수의사협회)). 물론 습관으로 굳어진 경우 수술 후에도 지속될 수 있어서 시기가 중요합니다.

중성화 후 행동이 얌전해진다는 말에 대해 고양이 개성을 없애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공격성이나 스프레이 행동은 호르몬이 만들어낸 충동에 가깝고, 그 충동이 줄어든다고 해서 고양이의 성격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제리는 수술 후에도 여전히 제리였습니다.

중성화 수술 전후로 달라지는 주요 행동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발정기 울음(Calling): 암컷이 짝을 부르는 큰 울음소리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듭니다.
  2. 소변 스프레이(Urine Spraying): 영역 표시용 소변 분사 행동이 80~90% 감소합니다.
  3. 로밍 행동(Roaming): 짝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가려는 충동이 줄어들어 외출 시 사고 위험이 낮아집니다.
  4. 공격성(Aggression): 수컷 간 싸움이나 영역 다툼 빈도가 감소합니다.

인간의 욕심인가, 반려묘를 위한 선택인가

솔직히 이 질문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제리가 세상에 태어난 건 누군가의 번식 덕분입니다. 그 번식이 있었기에 저는 제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리의 번식 본능은 우리가 차단해도 되는 건가, 이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성화가 고양이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미 집 안이라는 인위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에게, 충족될 수 없는 번식 충동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좁은 실내에서 발정이 왔을 때 그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게 더 고통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식 가능성(Reproductive Potential)이란 생물학적으로 자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야생에서는 이 능력이 생존과 직결되지만, 실내 반려 환경에서는 오히려 고양이에게 충족되지 못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저와 아내, 처제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성화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꽤 오래 고민했고, 지금도 완전히 깔끔한 답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리와 오래, 건강하게, 그리고 서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고민 중이시라면 담당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시되, 어느 한쪽 정보만 보지 말고 다양한 시각을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thecatfund.com/the-importance-of-neutering-or-spaying-your-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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